野 당내 이견에 '개편 신중론'으로 선회하자
與추경호 "일부서 반론 나오니 나 몰라라"
실무협의 촉구…민주당 자중지란 기대 포석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 검토 의지에 발맞춰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부세 개편 논의에 불을 붙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이견을 의식해 갈팡질팡하자, 압박 수위를 높여 정책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폐지·개편 필요성을 제안한 것을 환영하며 양당이 함께 논의를 진행하자고 말씀드렸다"라면서도 "정작 논의를 시작한 민주당이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부에서 반론이 나오니 나 몰라라 하면서, 오히려 여당이 부자 감세를 추진한다고 비판하기 시작하는 표리부동은 책임 있는 다수당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연금 개혁 논의도 연말까지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실무협의에 조속히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날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민생경제안정특위를 신설하기로 하고, 해당 특위를 중심으로 종부세 등 세제 개편 문제와 연금개혁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민주당 지도부가 종부세 1주택자 면제 또는 전면 폐지 등을 거론했다가 폐지보다는 완화에, 당장이 아닌 추후에 논의하겠다는 방침으로 후퇴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전통 지지층의 '부자 감세 비판' 입장과 결이 다른 종부세 폐지론을 먼저 꺼내든 건,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서울 용산·마포·동작 등 이른바 '한강벨트' 선거구에서 패배한 원인을 복기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원책 변호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이 종부세 개편 의제를 꺼낸 의도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집권 플랜"이라며 "'나도 부드러운 남자다' '범자유주의적 진영에서 보면 나도 환영받을 정책들이 많다' 이런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민주당은 당내에서 이견이 분출하자 속도조절·신중론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종부세를) 조정할 필요는 있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정부 투쟁 전선이 분산돼 입법 우선순위인 '채해병 특검법'의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향한 국민의힘의 압박에는 친민주당 진영의 자중지란을 기대하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반발도 터져 나왔다. 참여연대는 전날 성명에서 "민주당의 최근 행보가 가관"이라며 "부자 감세에 앞장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뭐가 다르냐. 집부자들의 표를 아쉬워하다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부의 종부세 폐지 검토와 관련해 "총선 민의에 나타난 국민들의 바람과 다르다"며 "부자 감세라고 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 기조를 계속 이어가는 정책을 내세우는 것은 민생회복과 완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