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공제 대상 제외에 추가 부과 가능성 제기
전문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복현도 언급
야당 부자 감세 반대 속 국회 논의 과정서 변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되면 소액의 투자이익에도 연말정산 기본공제 대상 제외와 건강보험료(건보료) 추가 부과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말로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되는 상황이라 최근 개원한 22대 국회에서 이뤄질 관련 논의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세 도입시 자본시장 불확실성 증대뿐만 아니라 연말정산 기본 공제 대상 제외나 건보료 산정에 따른 추가 부과 등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연간 기준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 분은 25%)를 과세하는 제도다. 당초 지난해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주식 시장 침체를 우려해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2년 유예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수익이 수익이 연 5000만원을 하회해도 해당 수익이 소득으로 잡히면서 부양가족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연간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이 발생한 경우 1인당 150만원까지 공제해주는 연말정산 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연말정산 인적공제 대상은 연간 소득액이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현행 소득세법을 적용받는다. 연말정산에서 부양가족의 인적공제가 제외돼 소득공제 규모가 줄어들면 과세표준이 높아져 연말정산 환급금이 줄어들 수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금투세 도입시 과세 대상자를 약 15만명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약 9만명으로 추산했는데 과세 대상자 외에도 연말정산 인적공제 제외 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대상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1일 열린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시장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뒤 진행된 백브리핑에서 금투세 시행시 연말정산 기본 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규모가 예상보다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복현 원장은 “한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내부 분석을 한 결과,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기본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사람들이 단순히 몇 천, 몇 만명이 아니라 수십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최초 제도 설계부터 깊이 고민하지 못한 지점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금감원도 내부 효과분석 등을 통해 영향을 수치화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금투세 도입시 금융투자 수익이 건보료 산정 범위에도 새로 포함되면서 세법상 소득 증가에 따른 건보료 추가 부과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동안 금투세가 투자자들의 수익에 대한 과세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에서 연말정산과 건보료 등으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그동안 금투세에 대해 이중과세에 국내와 해외 주식에 대한 동일 세율 적용 위배, 도입시 슈퍼개미의 세금회피성 매물 출회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해 온 개인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더 이상 유예가 아닌 폐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때문에 지난달 30일 개원한 22대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이 주목되고 있는데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야당은 금투세 대상이 연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낸 상위 1%를 대상으로 한 세금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자칫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며 올해 말로 유예기간이 종료되면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러한 입장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투세가 연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야 부과되는 것인 만큼 그동안 많은 투자자들이 자신과 상관 없는 일로 여겼을 수 있지만 투자이익에 대한 과세를 넘어 연말정산과 건보료로 초점이 옮겨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며 “향후 금투세 관련 논의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