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동반 순매도...월별 기준 올 들어 처음
펀더멘털 약화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증대 영향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투자자 이탈 악순환 고리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이 동반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400선이 위태로워진 가운데 투자심리 위축이 심화되는 국면이어서 내년 증시도 어려운 출발이 예상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인 27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은 각각 2조4409억원과 2조6810억원을 순매도했다.
월 기준으로 외국인과 개인이 동반 순매도하는 양상은 올 들어 처음이다. 올 1월 외국인(+2조9516억원)과 개인(+4조4766억원)의 동반 순매수로 출발한 증시는 매월 두 투자 주체는 동반 순매수 또는 순매수와 순매도로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달 처럼 동반 순매도가 나타난 적은 없었다.
이같은 양상은 하반기 들어 외국인의 매도세를 받아내던 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매도세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들어 국내 증시에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왔지만 이달 초 비상계엄 조치 사태 이후 커진 국내의 정치적 리스크가 투자 심리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조치 사태 이후 탄핵 정국 돌입 등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된 데다 하반기 저가 매수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도 정치적 리스크 부상으로 다시 돌아서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27일) 장중 한때 2400선이 붕괴돼 2380선(2388.33) 등 고전을 면치 못하다 전 거래일(26일) 대비 24.90포인트(1.02%) 하락한 2404.77로 거래를 마치며 간신히 2400선을 수성했다. 3일 비상 계엄 사태 이후 2500선과 2400선이 차례로 무너져 2360선(9일 종가 2360.58)까지 밀리기도 했는데 2300선에서 한 해를 마무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 된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장벽 상향 우려 등 대외적 변수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정치적 리스크로 투자자들이 떠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가 심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체력) 요인에 더해 대내 정치 리스크가 재부각되며 원화 약세 압력아 나타났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통상정책 불확실성에 더해 내부 정치 리스크가 더해지며 국내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냉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점도 투자자들의 이탈에 가속페달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7원 오른 1467.5원에 출발해 장중 1480원대를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환율은 다소 진정돼 전 거래일보다 2.7원 오른 1467.5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으나 위쪽으로 변동성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정치 리스크 증대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환율 상승을 불러와 외국인들의 매도세를 강화하고 강화된 외국인 매도세가 다시 환율을 끌어올리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리스크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원화 약세를 부추겨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나고 외국인 매도세가 다시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때문에 투자자 이탈 감소와 이를 위한 환율 안정이 급선무로 떠오른 가운데 결국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만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당장 달러·원 환율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바라보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완화가 선제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역으로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확산된다면 예상보다 조기에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