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보전부터 자원화까지…한반도 담수생물 보고(寶庫) ‘낙동강생물자원관’ [D:로그인]


입력 2024.06.10 07:00 수정 2024.06.10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2015년 개관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국내 담수생물 전문 연구·자원화 성과

기준표본 520점 보유, 생물 주권 확보

TOC 저감 특허 기술로 산업적 기여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이미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정부·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인류 문명의 발전은 지식과 자원의 합작품이다. 특히 근대에는 석유를 바탕으로 하는 천연자원이 인류 지식의 이론적 가능성을 현실화시켰다. 자원을 쟁탈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할 만큼 인류에게 자원은 여전히 중요한 물질이다.


땅 위, 바닷속 모든 생물은 인류에게 ‘자원’ 역할을 해 왔다. 직접적으로 먹을거리를 제공한 것은 물론이고 옷을 만드는 원료, 집을 짓는 재료가 됐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를 제공했던 생물자원은 근래 들어 의약품과 새로운 물질의 재료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은 생물자원 발굴과 자원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양한 고등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한 바이오산업을 꾸준히 육성하면서 정보기술(IT) 산업에 이어 미래산업인 생물기술(BT) 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2015년 개관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이하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담수(淡水)생물의 보존은 물론 자원화를 연구하는 대표 국립기관이다. 2007년 설립한 국립생물자원관에 이어 국내 생물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우리의 생물주권 확립을 도모하는 기관이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담수생태계 생물자원에 대한 특화 연구기관이다. 과거 하천, 호소와 같은 담수 관련 자원들은 어류, 포유류, 수생식물류 등의 고등생물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을 담수조류(淡水藻類)를 중심으로 한 미생물 자원 연구로 전환한 게 낙동강생물자원관의 시작이다.


낙동강생물자원관 생물 자원화 결과는 무수히 많다. 최근에는 국내 담수 환경에서 대체 단백질 소재인 마이코프로테인을 만들 수 있는 균류를 발견해 특허를 출원했다. 담수 미세조류인 클로렐라 소로키니아나 추출물에서 간암 세포 성장과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도 발견했다.


‘유용 담수 미생물을 활용한 식물 가뭄스트레스 경감 연구’에서는 리시리바실러스 미생물(Lysinibacillus sp. TT41) 연구를 통해 나무들이 가뭄에도 잘 견딜 수 있게 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시설 양묘와 조림 사업에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밖에도 각종 담수생물 추출물에서 미용, 의약 등 효과를 발견해 민간에 기술이전하고 있다.


지역 아동을 대상으로 생물자원 보호의 중요성과 생물자원 다양성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담수생물 보전부터 국가자산화, 전시·교육까지


낙동강생물자원관은 담수생물을 이용한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담수생물 국가 자산화와 생물다양성 보전 연구, 전시·교육 기능도 담당한다.


담수생물 국가 자산화는 신종·미기록종을 발굴하고 생물표본을 확보한다. 멸종위기 담수생물을 보전하고 기후변화 지표종을 연구하는 것도 낙동강생물자원관 몫이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전시·교육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도 한다.


담수생물 보전이 중요한 이유는 육상이나 해양환경 대비 종 감소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세계자연기금(WWF)에서 발간한 ‘지구생명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관찰된 전 세계 담수생물종 다양성은 83%나 감소했다. 이는 해양, 산림 지역을 포함한 전체 생물다양성 감소 폭(68%)을 크게 웃돈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담수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종 목록화와 지속적인 조사·모니터링을 추진 중이다. 2015년 개관 이후 최근까지 새로운 담수생물종 혹은 해외에서 보고됐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견되는 미기록종을 연구해 2647종을 새로 찾아냈다.


미기록종을 포함한 약 54만 개 표본을 9개 전문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세계 최초로 서식을 확인한 신종 표본, 즉 기준표본도 520점 보유하고 있다. 이들 표본은 생물다양성 변화를 분석·연구하는 데 쓰인다. 생물 자원화 연구 소재이기도 하다.


담수생물 조사·모니터링 대표 업적으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한 폐석탄광산 인근 황지천에서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척추 없는 동물)의 다양성을 조사한 사업이다.


당시 황지천은 폐석탄광산 갱내수가 유입돼 하천 바닥이 붉게 변화하는 현상이 관찰되며 생물종 서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갱내수 유입이 줄어들자 2018년 당시 평균 4.8종이던 생물종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을 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진이 확인했다. 2022년 무렵엔 갱내수 유입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류지점과 유사한 15종까지 회복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상위 5% 국제학술지에 발표돼 생물다양성 회복에 대한 중요한 성과로 인정받았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의 노력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역사에서도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담수생물 신종·미기록종 발견은 2019년 1250건에서 지난해 기준 2647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진이 미탐색 지역에서 담수생물 자원을 연구하고 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담수생물표본 역시 같은 기간 24만6021건에서 25만9271건으로 많아졌다. 담수생물소재 확보 역시 7856건에서 2만4222건으로 확대했다.


담수생물 원천소재 확보는 2017년 1886건에서 지난해 5837건으로 늘었다. 원천소재 분양도 408건에서 5324건으로 증가했다. 특허 출원은 같은 기간 24건에서 128건으로, 기술이전은 5건에서 32건으로 많아졌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올해 담수생물종 발굴·보전 확대와 퇴적환경 탄소 흡수 능력 규명에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생물종 발굴의 다각화를 위한 미생물 분리·배양법을 개발하고, 생물표본 디지털화를 통한 전시·교육 콘텐츠 제작으로 대국민 활용도 제고할 방침이다.


미탐사 서식지, 지표수-지하수 혼합대 등 생물다양성 조사·모니터링을 늘리고 담수 퇴적환경의 탄소 흡수·저장 작용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적 신뢰성을 담보한 생물 소재 분양과 산업적 활용도 확대한다. 생물자원은행 국제표준(ISO20387) 인정으로 생물소재 바이오산업 관련 수요자 제공을 늘린다. 기업의 애로사항을 선제적으로 확인해 맞춤형 지원, 환경오염·탄소중립 대응 등 친환경 바이오소재 발굴에 집중한다.


국민을 대상으로는 생물다양성 전시·교육 서비스 편의성을 키운다. 관람객 휴식·편의를 위한 융복합 전시 문화 공간(방문자센터)을 신축한다. 전시콘텐츠의 디지털 기술 접목으로 실감형 체험도 제공한다.


유호 낙동강생물자원관장은 “생물자원을 확보해 보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용한 기능을 밝혀내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활용하는 과정이야말로 기관이 추구하는 최종적인 목표”라며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생물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동시에 그 유용성을 밝혀내는 단계가 충실해야 하며,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과의 연계가 활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모습.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개관 10주년…연구·전시·교육 기능, 사회적 역할 확대 필요”

[인터뷰] 유호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장


“최근 세계는 환경 분야 이슈가 화두다.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자연생태계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생물 소재의 자원화는 시급하다.”


유호 낙동강생물자원관장은 담수생태계는 생물다양성과 물 공급, 재해예방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고 했다. 담수 환경은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유 관장은 낙동강생물자원관을 비롯해 국립생물자원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에서 관련 연구를 적극적으로 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생물자원 확보·보존에 그치지 않고 유용한 기능을 밝혀 자원 가치를 높이고 활용하는 산업화 연구의 실적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유 관장이 설명하는 낙동강생물자원관 특징은 다른 생물자원관과 비교해 미생물 분야에 대한 기술이전과 산업화 사례가 많다.


올해 5월에는 담수생물 자원은행이 세계 미생물자원은행 연맹에 가입해 국제적으로 미생물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었다. 외국 생물 소재의 국내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미생물 분야 연구 발전에 기대를 키우고 있다.


유 관장이 꼽은 낙동강생물자원관 대표 성과는 ‘N-TOC’ 제품이다. TOC는 산업체 현장 폐수에서 난분해성 유기탄소오염물질의 지표인 총 유기탄소량을 말한다.


정부는 2019년부터 폐수로 유출되는 난분해성 유기오염물질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폐수처리시설과 공공폐수처리 시설 방류수 오염물질 정부 지표를 COD에서 TOC로 전환했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2017년부터 국내 담수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분해가 어려운 난분해성 유기탄소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연구했다. 그 결과 TOC 저감 미생물 특허 기술을 개발해 많은 기업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2월에는 기업에 특허 기술을 이전, 같은 해 6월 대량생산에 성공해 ‘N-TOC’라는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유 관장은 “매년 새로운 담수생물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으로 이전하는 양적인 성장은 이제 정점에 가까워졌다”며 “앞으로는 새로 이전하는 기술들이 제품으로 상용화할 수 있도록 민간이 더욱 필요로 하는 소재와 기술을 맞춰 개발하고, 이전한 기술이 제품으로 개발되기까지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12월 제3대 관장으로 취임한 유 관장은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생물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부터 공직에 입문해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고등식물연구과장, 새만금TF팀장, 국제협력관실 해외협력담당관, 자연보전정책관실 자연생태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유호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장.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임기를 6개월 남짓 남겨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기술이전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점을 꼽았다. 특히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환경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을 자랑으로 내세웠다.


“매년 1~2건에 불과하던 기술이전 성과는 2022년에는 6건, 2023년에는 8건으로 늘었다. 또한 초기에 이전한 기술 종류는 미백과 항산화 효능을 보유한 담수식물 추출물을 활용한 기술이전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미생물을 중점적으로 연구한 성과가 누적되면서 미생물을 활용한 농·축산 분야로 확장했고, 환경 분야와 연결할 수 있는 접점도 늘어나고 있다.”


유 관장이 꼽은 대표 사례가 바로 ‘가뭄 스트레스 저감을 위한 연구’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앞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연구로 2021년부터 식물의 가뭄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미생물을 개발해 왔다.


처음에는 밭작물을 대상으로 시작한 연구였으나 기술 홍보와 기업체 교류를 통해 조경수로 적용 분야를 확장했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도심 녹화나 조경수 양묘 사업을 하는 기업체에 기술이전이라는 결실을 낳았다.


유 관장은 “해당 기술이전이 의미를 갖는 것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과 같은 물부족국가에서는 한정된 지하수와 해수 담수화 시설에 물공급을 의존한다는 점과 국내에서도 점점 잦아지는 가뭄피해에 대비해 노지나 시설재배에 사용되는 용수 절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관장은 식물을 키우는데 드는 용수 사용의 일부만 줄일 수 있어도 큰 경제적 효과는 물론이고 탄소배출량 감소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이미징 기술 개발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디지털 이미징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변색될 수 있는 생물표본 원형을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기술이다. 2021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한 결과 현재까지 965종, 5000여 점의 고해상도 2D·3D 이미지를 구축했다.


유 관장은 “특히 3D 디지털 이미지는 X-ray CT를 생물표본에 적용해 생물 내부구조를 보여주는 동영상으로 연구 가치가 높다”며 “담수생물종 다양성에 대한 기록과 영구적인 보존을 넘어 담수생물에 대한 대중 관심과 접근성을 향상하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 사업 수행에 매진하고 싶다는 유 관장은 디지털 이미징 기술 확대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온라인으로 자료를 공유하고 전시·교육 분야와 협력해 디지털 이미지 활용 분야를 다양화할 생각이다.


또한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늪에 관한 연구 성과를 가시화하는 것도 목표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 습지인 우포늪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 기능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 우포늪 아래 퇴적층에는 총 14만8650의 유기탄소(TOC)가 저장되어 있다. 연간 41t의 탄소가 저장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자동차를 기준으로 할 때 9만9100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다.


유 관장은 “우포늪에서 매년 어느 정도 이산화탄소가 흡수되는지, 어떤 담수생물이 이산화탄소 흡수에 이바지하는지 등 우포늪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도 우포늪 퇴적층의 TOC 저장량을 분석하고 미세조류 기여도를 규명해 국가 탄소중립 정책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이 공공기관인 만큼 사회적 기능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후임 관장에게 지역사회 발전과 접목한 연구·전시·교육 분야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 관장은 “내년에 설립 10주년을 맞는 만큼 그간의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10년 준비하고 도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3대 관장으로 근무하면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임기가 끝나더라도 낙동강생물자원관의 행보에 애착을 갖고 관심 있게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D:로그인'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