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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들 오락가락 '수박몰이'…우원식 재평가·김영진엔 "뭐하던 사람?"


입력 2024.06.13 06:00 수정 2024.06.13 06:0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상임위 독식·당헌당규 개정에 시끌

'원조 친명' 인사들 연일 쓴소리에

김동연도 "그 누구의 민주당 안돼"

박찬대 "李는 반대해…착하다" 강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야권 단독 원 구성을 비롯해 '이재명 대표 맞춤형'이란 수식어를 받고 있는 당헌·당규 개정까지 강행하면서, 대표적인 친명(친이재명) 인사들의 운명도 엇갈리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대대적 비토와 의장직 사퇴 여론에 휩싸였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른바 '개혁의딸(개딸)'들에게 재평가를 받으며 견고한 입지를 회복했다. 반대로 친명(친이재명) 김영진 의원은 이 대표 일극 체제에 대한 쓴소리를 했다가 우 의장에게 '수박' 타이틀을 넘겨받았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 의장의 국회의장 경선 승리에 대대적으로 반발해온 개딸들은 비토 기류를 거두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열린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등 쟁점 상임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를 민주당이 확보하도록 본회의를 개의하고 지원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당이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몰아붙이기를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의 방탄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개딸들 사이에선 우 의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본회의 이후 '재명이네마을'에선 우 의장을 향해 '우원식 의장님 노원과 민주당의 자랑이다' '칭찬합니다' '국회의장님도 오염수 투기 반대하셨다. 이장님과' '우원식 의장님 박찬대 원내대표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님 알고 보니 든든한 국민의 국회의장이셨다' '우원식 의장님께 감사인사 댓글 달아드리자'라는 제목의 응원글이 이어졌다.


지난달 16일 국회의원 경선 경과 발표 후 강성 당원들이 '블루웨이브' 등 커뮤니티에 우 의장과 우 의장에게 지지표를 던진 의원들을 '수박'이라고 지칭하면서 "탈당이 답" "또 수박짓 시작" 이라는 등 게시글을 쏟아내던 것과 상반된 반응이다. 원래의 '수박'이란 용어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탈당해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민주당 혁신계, 공천 과정에서 친명 원외에게 밀려 낙천을 한 이들을 수식하던 멸칭이다.


우 의장도 당초 '친명' 인사로 분류되던 인물이지만, 또다른 친명 추미애 의원이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업고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까지 받고 있단 '대세론'에 밀리던 분위기였다. 우 의장은 개딸들의 대대적 견제와 비토에 직면해야 했다.


이에 우 의장은 의장 경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 김어준 씨의 유튜브에서 "이재명 대표가 '국회는 단호하게도 싸워야 되지만 한편으로 안정감 있게 성과내야 된다는 점에서 우원식 형님이 딱 적격이죠'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명심'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강조한 것이지만, 개딸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강성 당원들의 바램을 역행한 우 의장의 당선은 '대이변'으로까지 여겨졌다.


당장 본회의 이전까지는 추미애 의원의 의장 경선 탈락에 반발한 2만명 이상의 탈당 러시가 발생하는 등 개딸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당은 강성 당원들의 실망감과 원성 달래기 위한 차원으로 국회의장 경선에 당심이 반영토록 하는 등 '당원권 강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열어 국회의원만 참여하던 국회의장 후보 및 원내대표 선출에 권리당원 투표를 반영하는 등 당원권 강화 방안 '당규' 개정을 확정지었다.


이전까지 재적의원 과반 득표로 선출하는 방식은 국회의장단 후보자 및 원내대표 선거를 재적의원 투표 80%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합산해 과반 득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전국대의원대회' 명칭은 '전국당원대회'로 바꾸고, 기존 민원국을 '당원주권국'으로 확대 재편해 당원 활동 관련 업무를 전담토록 하기도 했다.


또 당무위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의 '1년 전 사퇴 시한'를 당무위 결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게 하고,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도 의결했는데,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7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진·조정식 의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만을 위해 민주당 존재하는 건 아니다"
7일회 일원·정무조정실장 출신 핵심 측근인데
충치론 꺼내니 "수박들 걸러도 나온다" 비난
민주당은 李 대권 가도 ·개딸 권력 확대 속도


동시에 재명이네마을에는 김영진 의원을 향해선 "제2의 수박이네요" "제발 당원의 뜻을 좀 받아들이라" "뭐 하던 사람인가? 어떻게 말을 이렇게 할까. 참 싹수없게 한다"는 등의 비난 글이 올라온 상태다.


김 의원은 최근 들어 "이재명 대표가 계속 설탕만 먹으면 이빨이 다 썩을 것"이란 이른바 '충치론'을 들고 나왔는데, 이를 계기로 '수박몰이'의 새로운 타깃이 됐다. 김 의원의 페이스북에도 "축 국민의힘 입당" "제2 박용진 이원욱 이상민이 되실 거냐" "참 빠르게 변절하더라. 대단하다. 수박들은 정말 걸러도 걸러도 나오니 한눈을 팔 수가 없다"는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원조 친명 인사인 김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에서도 "이 대표만을 위해 민주당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라며 이 같은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은 이 대표 최측근 그룹인 7인회 일원일 뿐 아니라 이 대표와는 대학 동문이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부터 이 대표를 도와 친명계로 분류됐으며, 20대 대선 때는 민주당 사무총장과 선대위 총무본부장을 겸임했다. 뿐만 아니라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맡았을 정도로 이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여겨지던 인물이다.


김 의원 외에도 곳곳에서 이른바 '레드팀'을 자처하는 이들의 우려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당이 추진하고 있는 당헌·당규 개정에 이재명 대표 맞춤형 개정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당 당무위원이기도 한 김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그 누구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 민주당'이 돼야 한다"며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와 차기 대선 경쟁 구도 관계에 놓여 있는 김 지사는 "당원중심 정당에는 찬성한다"면서도 "국민정당, 원내정당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둘째, 1년 전 당권·대권 분리 예외 조항은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특정인 맞춤 개정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왜 하필 지금인지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또 다른 '원조 친명'으로 꼽혀온 정성호 의원도 당원권 강화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에서 원내대표 당내 경선에 권리당원투표 20%를 반영하자는 방안에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는 건 민주당원들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라며 "가장 좋은 게 민심과 당심을 일치시켜야 되는데 어떤 갭들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차이들을 어떻게 극복할 건지에 대한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의원 역시 이재명 대표의 측근 중 측근으로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 대표와는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의 연을 가지고 있고, 30년 지기이자 정치적 동지로도 일컫어진다. 역시나 7인회 출신이다.


이처럼 당헌·당규 개정이 속도를 내는 데 대한 쓴소리 분출 등 여론 악화에 따라,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무위를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가) 너무 반대를 했다.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이 대표가 등 떠밀려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이 대표의 대권 가도를 열어주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권리당원의 다수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데 비춰 앞으로 당내 권력 지형에서 친명계의 영향력은 더욱 증대될 것이라, 이를 둘러싼 우려의 시각은 이어질 전망이다.


박 원내대표는 "개정안이 대표를 위한 것이 아니고 보완이 필요한 것(이라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표가 너무 반대를 하길래 '그냥 욕을 먹으시라'고 이렇게 얘기했다"며 "매를 맞더라도 일찍 맞는 게 낫다. 그래서 욕을 먹으시라고 대표를 설득하느라 한참 걸렸다. 대표가 나보다 더 착하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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