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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의 '선한 유산' LG복지재단에 누가 '오물풍선'을 날렸나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4.06.13 12:55 수정 2024.06.13 14:3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구연경 대표, 주식 부정 거래 행위 의혹으로 재단 이미지 훼손

범죄 행위 밝혀질 경우 30여년 쌓아온 '선한 유산' 물거품

LG복지재단 이미지 지키려면 대표직 스스로 내려놔야

'저신장아동 성장호르몬제 기증식'에서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왼쪽)가 어린이에게 기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LG


오송 지하차도 침수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한 의인, 화재 현장에서 불길을 무릅쓰고 노부부를 구한 의인, 30년 가까이 발달장애인을 돌보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료진료, 미용봉사를 펼친 의인들.


다양한 선행들로 LG 의인상을 받은 이들이다. 1991년 LG 2대 회장인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에 의해 설립된 LG복지재단은 인재 육성과 소외계층 지원에 힘쓰는 대표적인 기업 사회공헌 사례를 구축해 왔다. 3대 회장인 고 구본무 선대회장 대에 이르러 LG복지재단은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미담의 주인공들을 격려하는 LG 의인상을 만들었다.


선행 사례가 알려질 때마다 “저런 분은 LG 의인상 받아야 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LG복지재단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고, 대중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됐다. 재단을 불미스런 사건의 회피에 악용하려 한 사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LG복지재단은 지난달 10일 이사회에서 바이오 상장기업 A사 주식 수증을 보류했다. 10억원이 넘는 금액에 해당하는 자산을 기부하겠다는데, 그걸 받을지 여부를 미뤄둔 것이다. 복지재단이 거액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해 더 좋은 일에 쓸 수 있을 터인데 왜 흔쾌히 받지 못하는 것일까.


기부 대상인 주식이 자칫 재단이 오래도록 쌓아온 선한 유산에 오물을 끼얹을 ‘오물풍선’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부 주체는 다름 아닌 LG복지재단의 대표이자 이사장인 구연경 씨다. 재단 창립자인 구자경 회장의 손녀이자, LG의인상을 만든 구본무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대표는 투자 정보를 사전에 알고 주식을 매입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A사 주식은 구 대표가 남편인 윤관 블루벤처스 대표 관련 호재성 발표가 나기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매수해 거액의 수익을 거뒀다는 의혹의 원인이자 결과물이다. 구 대표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게 입증될 경우 ‘범죄의 산물’이 될 수 있다. ‘사회공헌’이 존재 이유인 복지재단이 사회를 혼란케 하는 범죄의 산물을 재원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 대표가 해당 주식의 기부 의사를 밝힌 것은 부정 거래 행위 의혹이 불거진 이후다. 궁지를 모면하기 위해 LG복지재단을 도피처로 사용하려 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역으로, 해당 주식의 거래 행위가 떳떳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주식 수증 여부를 떠나 LG복지재단은 이미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은, 수장의 도덕적 흠결이 기관의 흠결과 동일시되는 경향이 크다.


더구나 구 대표가 의혹 회피에 재단을 악용하려 했다는 점은 더 치명적이다. 대중의 선입견은 무섭다. 한 번 부정적 의도로 자신의 지위를 악용한 사람이라면 언제든 또 다시 같은 일을 벌일 것으로 생각한다. 구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LG복지재단 자체가 부정적 선입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선대회장을 거치며 LG복지재단이 30여년 간 쌓아온 ‘선한 유산’은 오물에 뒤덮이면 복구할 방법이 없다. ‘오물풍선’이 터지기 전에 멀리 떼어 놓는 게 최선이다.


구연경 대표의 부정 거래 행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받고 있는 의혹만으로도 LG복지재단은 큰 타격을 입었고, 부정 거래 행위가 입증돼 처벌을 받는다면 재단의 명성도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친과 조부의 선한 유산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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