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비대위 17일, 의협 18일 집단 휴진 예고
한 총리, 의료현장 방문해 비상진료대응 상황 점검
의료계가 주말 이후인 오는 17일부터 총파업(집단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만나고 의료현장을 방문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의료계 파업을 멈출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분만·아동·뇌전증 전문 교수들은 동참하지 않기로 하면서 의료계 내부 자성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14일 서울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비상진료대응 상황을 보고받고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을 격려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4개월째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는 17일과 18일 집단으로 휴진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서울보라매병원은 서울대와 함께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전국의 중증·위급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곳이다. 한 총리는 "집단 휴진이 현실화될까봐 중증환자분들은 매일을 고통과 불안 속에 생활하고 있으며, 수술 연기 통보가 올까봐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걱정을 하고 계신다"며 "암 환자 등 중증 환자들에게 집단 휴진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의료계에 주어진 법적 책임이기에 앞서 환자와의 소중한 약속"이라며 "환자와의 신뢰가 의사들이 평생을 바쳐 의업에 헌신해온 이유일 것이다. 집단 휴진이라는 결정을 거두고 환자 곁에 머물러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정부는 이제라도 전공의들이 돌아온다면 어떤 처분도 하지 않을 것이며, 수련을 정상적으로 끝마치는 데 아무 지장도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전공의들에 내린 진료유지와 업무개시명령, 수련병원에 내린 사직서 금지명령도 모두 철회했다.
정부는 의료계와 어떤 형식으로든 대화할 뜻이 있으며 전공의들이 원한다면 의대 교수를 포함한 누구와도 함께 대화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한 총리는 "집단행동이 아니라 환자 곁을 지키면서 정부와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진정으로 전공의들을 위한 길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며 "집단행동을 거두시고 전공의분들에게 차분한 선택의 시간을 드리는 것이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총리는 전날에도 서울정부청사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한국중증질환연합회·한국희귀, 난치성질환연합회·한국1형당뇨병환우회·한국췌장암환우회·한국유전성혈관부종환우회 등 국내 여러 환자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의료계 집단행동에 따른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들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도 "정부는 현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료계 집단휴진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끝까지 의료계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달리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 사이 타협점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다만 의료계 내부에서 자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뇌전증 전문 교수들은 이날 의협 차원의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어 의사 단체의 세 번째 불참 선언이다. 또한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의협의 총궐기대회는 참여하지만, 중증·응급수술 및 중환자 통증 관리 등은 유지키로 했다.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입장문을 내고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 해선 안 된다"며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의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의사들의 총파업으로 인한 진료변경 업무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의사 집단휴진에 따른 진료·수술 연기나 예약 취소 업무를 거부한다"고 했다.
이들은 "의사 집단휴진으로 병원에서는 진료과마다 무더기 진료 변경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끝없는 문의와 항의에 시달려야 하는 병원 노동자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