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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보건부의 통계는 믿을 수 있을까[기자수첩-국제]


입력 2024.06.18 06:50 수정 2024.06.18 17:02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 통계

"철저히 병원 데이터 기반…신뢰성 있어"

남성 팔레스타인인 민간인은 분류조차 안해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의 지난 4월 1일 모습. ⓒAP/뉴시스

지난해 국제부에 배정받고 얼마지 나지 않아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당시 국제부 기자들의 업무는 가자지구에서 몇 명이 죽었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아침마다 새로운 사망자 통계를 발표했고, 전 세계 언론인들은 해당 발표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나 보도되는 숫자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 지고 있다. 이스라엘 민간인을 학살하고 납치한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가 해당 보건부를 운영하고 있는 탓이다. 가자 보건부의 통계를 믿지 않는 이들은 하마스가 민간인 사망자 숫자를 조작해 국제적, 특히 미국의 여론을 악화시켜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이 같은 불신은 지난해 10월 17일 알 아흘리 병원 폭격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폭격 직후 5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정보기관과 이스라엘군은 사망자 수를 100여명으로 추정한다며 보건부가 사망자 수를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보건부는 수많은 취재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추후 사망자 수를 471명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꾸준히 보건부 발표 자료를 검증하던 영국 BBC 방송이 당시부터 올해 초까지 보건부의 사망자 집계 과정을 밀착 취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건부의 사망자 집계는 철저하게 병원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기반한다. 가자지구 내에서 발견된 시신이 가족들, 혹은 구조 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지면, 병원 관계자들은 곧바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다. 여기에는 성별과 나이, 거주지, 가족관계, 신분 번호(팔레스타인 주민등록 번호) 등이 동원된다. 보건부는 이 과정을 거쳐 신원을 알아낸 뒤 사망자의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에 입력하고 명단을 발표한다.


유엔과 국제보건기구(WHO) 등 전쟁 초 보건부의 사망자 숫자 집계를 도왔던 기관들은 보건부가 수치를 조작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건물 잔해에 깔리고 집에서 사망한 사람들이 수두룩 한 점을 들어 숫자가 과소집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HO는 보건부가 믿을만한 정보를 토대로 사망자 수를 집계하고 있다며 사망자 신원과 숫자를 명단에 입력하는 기준도 일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가자지구 보건부가 내놓는 통계자료는 생각보다 양심적이고 체계화된 절차에 따라 집계된다. 책임감 있는 의료진이 이런 일들을 수행하고 있고 국제기구와 시민 단체 등이 이를 철저히 감시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정보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가 내놓는 통계의 신뢰도는 점점 하락하고 있다.


국제기구들이 보건부의 집계 방식을 목격한 것은 전쟁 초기까지다. 전쟁이 장기화 되며 대부분의 병원 시스템이 파괴됐고 일부 의료진만 현장에 남아 사망자 집계와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유엔과 WHO, 기타 시민단체 등에 의해 이루어졌던 제대로 된 검증 작업 또한 멈춘 지 오래다.


또 통계의 맹점도 존재한다. 가자 보건부는 특정 사건과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 총 사망자 발표에서 민간인과 하마스군 사망자 수를 구분하지 않는다. 언론들이 ‘팔레스타인 남성’을 모두 하마스 대원으로 간주하고 통계자료를 보도할 뿐이다. 하마스가 주장하는 '민간인 숫자'에 민간인과 하마스 대원이 섞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스라엘군 측이 제시하는 통계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기간 동안 1만 4000여명의 하마스 대원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죽은 ‘남성 팔레스타인인 숫자’일 뿐 이들이 모두 하마스 대원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남성 민간인 사망자 수는 현재 아무도 집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인균 기자 (Ing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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