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협치 없다" 野 통보에…與 특위, 전부 현장 나간다

민주당, 상임위 독식 일방통행 의지 피력

與, 20일까지 '협상-민생' 투 트랙 행보

법안 발의·현장 방문으로 정책발굴 골몰

일각선 "野 넘을 큰 중도 이슈 만들어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 관련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거대 야당의 원내 독주에 맞서 민생 행보로 맞불 작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의 확보를 지속 주장하면서 민생 행보를 통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대형 정책이나 이슈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목요일까지 원내 대응 관련해 야당과 국회의장과 여러 형태의 대화는 계속해나갈 것"이라면서도 "의원들과 나는 많은 시간을 민생 현장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또 현장의 실상을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일까지는 현장 중심의 행보에 집중하고 21일에 재차 의총을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서도 "협상의 기본은 서로 얻을 것은 얻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뜻을 맞춰나가는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은 지금까지 원 구성 협상에서 단 한 번도 진정한 협상의 자세를 보인 적이 없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하나라도 양보하면서 제안한 게 있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제 와서 법사위를 내놓는다든가 아니면 11개 상임위를 새로 구성하자는 건 시간을 더 끌겠다는 게 아닌지 국민들은 우려한다"고 말하며 양보 의지가 없음을 뚜렷하게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은 21일을 사실상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이를 어길시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겠단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처럼 협상이 더딘 이유가 민주당 뿐 아니라 우 의장에게도 있다는 입장이다. 우 의장은 이날 회동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상임위원장 배분을 (의석수 비율대로) 11대7로 정하고 조속히 원 구성을 마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당이 주장하는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의 재협상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던 만큼 국민의힘 내부에선 우 의장의 협치 의지에 대한 의심이 커져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본인이 의장 자리에 앉아있으면서도 법사위원장을 제2당에게 주지 못하겠단 건 그냥 민주당의 편을 들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의힘 유권자를 운운했지만 그냥 하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등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 관련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국민의힘은 기존 입장을 고수한 원 구성 협상을 지속하되, 민생 행보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실제로 추 원내대표는 이날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당정회의'에 직접 참여해 민생관련 메시지를 냈다.

아울러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이날에만 기존에 당론으로 정했던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정점식 의원 대표발의)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고동진 의원 대표발의) △생명공학육성법 일부개정법률안(박대출 의원 대표발의) △디지털포용법안(고동진 의원 대표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김상훈 의원 대표발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김상훈 의원 대표발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임이자 의원 대표발의)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안(김상훈 의원 대표발의) 등 총 8건의 법률을 발의하면서 정책 경쟁에도 불을 붙였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비대위원회의에서 "정부는 고금리 상황 안에서 이자를 일부 유예해 나중에 이자율을 내릴테니 그 때 갚도록 한다든지,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게 하는 제도에서 원금만이라도 유예해 차차 갚도록 한다든지 서민들의 이자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며 민생 관련 정책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 같은 민생 행보는 18일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의총을 잠시 중단한 국민의힘은 18일 각종 특위들의 현장행보를 계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의료개혁특위는 서울 보라매병원을 찾아 의료진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예정이고, 노동특위는 서울남부고용센터를 방문할 계획이다. 에너지·AI반도체특위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SK 용인 일반 산업단지'를 방문해 연석회의를 열 방침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민주당 때문이라는 걸 국민께 제대로 알리는게 우선이다. 공개토론을 제안했던 것도 그런 의도에서였을 것"이라며 "민생을 우선한다는 걸 그냥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지금 민주당이 생각지도 못했던 큰 중도 이슈를 먼저 갖고 와서 진심이라는 걸 함께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