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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이 몬테네그로로 잠적했던 까닭은?


입력 2024.06.19 20:55 수정 2024.06.20 14:22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몬테네그로 총리와 권도형 유착 의혹을 다룬 비예스티 신문 1면. ⓒ 비예스티 페이스북 캡처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 테라폼랩스 대표와 몬테네그로 총리가 '특수관계'인 정황이 드러났다. 총리가 테라폼랩스 설립 초기 개인적으로 자금을 댄 투자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권씨가 도피처로 몬테네그로를 택한 것도 이 같은 인연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몬테네그로 일간 비예스티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8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자료에는 테라폼랩스가 설립된 2018년 4월부터 2021년 여름까지 투자한 81명의 초기 투자자 명단이 담겼다. 그중 16번째에 밀로코 스파이치 몬테네그로 총리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는 권씨가 회사를 설립한 직후인 2018년 4월 17일 75만개의 루나 코인을 개당 10센트에 구매했다.


스파이치 총리가 10센트에 사들인 루나 코인은 2022년 4월 한때 개당 119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폭락하면서 불과 한 달 만에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그가 루나 코인 75만개를 최고가에 팔았다면 이론상 9000만 달러(약 1242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반면 투자에 실패했다면 7만 5000달러를 잃었을 것이다.


특히 그간의 해명과 달리, 법인 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 명단에 올라 있다. 스파이치 총리는 지금까지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7만 5000달러를 투자한 것이며, 사기를 당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스파이치 총리가 테라폼랩스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숨겨온 정황이 나오면서 그가 권도형과 특수 관계라는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총선 나흘 전 스파이치 총리는 권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경쟁자였던 드리탄 아바조비치 당시 총리는 권씨가 '스파이치와 본인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의 자필 편지를 자신에게 보냈다고 주장했다.


몬테네그로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 EPA/연합뉴스

스파이치 총리는 또 2022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씨와 따로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권씨가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던 시기다. 당시 스파이치 총리는 "권도형이 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테라·루나 사건이 터지기 전 그가 가상자산 투자를 부추긴 전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스파이치 총리는 2020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재무장관을 지낼 때 가상자산 업계를 적극 지원했고, "블록체인 산업이 3년 내 몬테네그로 경제의 3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씨는 테라·루나 폭락 직전이던 2022년 4월 출국한 뒤 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세르비아 등을 떠돌다 몬테네그로에 숨었다. 이듬해 3월23일 위조여권을 사용하려다 붙잡혔고 범죄인 송환 절차에 따라 1년3개월 가량 구금된 상태다. 그가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언급되는 가운데 지난 12일 로이터 통신은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이 미 증권거래소와 44억 7000만 달러 규모의 환수금과 벌금 납부에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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