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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지연·주관사 책임 강화...일감 쌓여도 고민 깊은 증권사들


입력 2024.06.21 07:00 수정 2024.06.21 07:00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파두 이어 이노그리드 사태 후폭풍 우려...주선 업무 ‘찬물’

당국 핀셋 심사에 신고서 수 차례 정정...공모 연기 줄이어

상장 무산시 평판 타격 리스크...“조사권 없어 실사 한계”

ⓒ픽사베이

파두 사태에 이은 이노그리드 승인 취소로 상장 주관을 통해 실적 돌파구를 마련해온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깐깐해진 상장심사로 기업공개(IPO)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주관사 책임이 강화되면서 주관 업무를 둘러싼 압박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현미경 심사’로 IPO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불신을 키우는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하며 증권사 주관 실무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던 클라우드업체 이노그리드가 공모 청약을 앞두고 초유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 취소를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996년 코스닥시장 개장 이후 최초의 사례다.


거래소는 지난 19일 이노그리드의 예비심사 승인 효력을 정지했는데 예비심사 신청서에 ‘최대주주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관한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분쟁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이노그리드는 지난해 2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뒤 11개월 만인 지난 1월 말 심사를 통과해 거래소 IPO 심사 기간 최장 기록을 썼다. 이후에도 증권신고서를 무려 일곱 차례 정정했으나 결국 이번 사태로 향후 1년 동안 상장 예비심사를 재 신청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시장에선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는 일이 일종의 통과의례로 굳어져 있다. 작년 파두의 ‘실적 부풀리기’ 사태로 부실 상장 논란이 불거지면서 코스닥 상장 요건 중 기술 성장 특례를 적용한 기업에 대해 보수적인 심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에스오에스랩과 하스 등도 지난 4월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5차례나 정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공모 일정의 연기가 빈번해진 상태다. 이번 이노그리드의 상장 승인 무효 여파까지 겹치면서 당국 ‘핀셋 심사’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상장 주관 업무를 맡고 있는 증권사들도 긴장감 속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그간 증권사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 속 기업금융(IB) 실적이 위축되면서 IPO 등 전통 IB 부문을 키우는 데 주력해왔다. 부동산 경기 회복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전통 IB 분야로 눈을 돌려 수익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IPO 일정이 더욱 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감을 쌓고 있는 증권 업계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일단 상장이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증권사가 관련 수익을 얻는 시점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또 상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잇따라 IPO 포기를 결정하게 되면 이는 주관사의 평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진 상장 철회는 상장 준비 과정을 담당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주관사의 역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관사의 실사 책임을 강조하는 기조 역시 부담감을 키우고 있다. 파두 IPO를 공동 주관하고 이노그리드 단독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도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상장 주관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부실 실사를 한 주관사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을 3분기 안에 완료할 예정이다. 다만 주관사에 조사 권한이 없는 만큼 기업 실사의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장 예비기업이 작정하고 주관사를 속이면 증권사에서 잡아내기가 어렵다”며 “정확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조사권이 없어 실사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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