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최후통첩 시한 내 결론 못내
국민의힘 '11대 7' '18대 0' 선택기로에
여당 몫 7개 포기 시 25일 野 전체 독식
與 국회 복귀 여부 등 24일 의총서 결론
여야의 22대 국회 전반기 원(院) 구성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최종 결렬됐다.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회 전부를 독식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는 국회 보이콧을 해제하고 남은 7개 상임위원회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현실론'이 나오는 한편, 민주당의 '11대 7' 안을 수용해선 안된다는 '강경론'도 공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상임위 복귀 시기를 기약할 순 없으나, 여당은 복귀 시 대책으로 여러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중이다. 이 중에는 '최다선 중진 간사' 역할론까지 고개를 든 상태다. 5선 이상 중진을 법사·과방위 등 논란의 상임위원회에 전진배치하는 방안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여야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원 구성 협상을 다시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우 의장이 제시한 이번 주말까지란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회동은 협상 20분 만에 결렬됐다. 국민의힘은 24일 민주당이 여당 몫으로 남겨놓은 외교통일·국방위원회 등 7개 상임위원장의 수용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이날 먼저 국회의장실을 빠져나온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우원식 의장이 어떤 중재안도 제시한 바 없고, 박찬대 원내대표도 어떤 타협안을 제시한 바 없다. 이제 빈손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박 원내대표를) 만날 일은 없다"며 "이제 국민의힘에서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우리 스스로 결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미 독식한 11개 상임위원장 중 국민의힘이 운영위원장만 맡는 안, 법사·운영위원장을 여야가 전반기 국회 2년 중 1년씩 번갈아 맡는 안을 차례로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두개의 안을 모두 거부했다.
특히 1년씩 법사·운영위원회를 교대 수임하자는 여당의 제안엔, 윤석열 대통령이 1년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 여야 대화의 조건으로 돌아왔다. 조건의 난이도가 높다보니 민주당이 대화의 의지가 실제로 있는 것인지를 둘러싼 여권 내 의구심도 상당했다.
국민의힘은 원 구성과 관련해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데, 우선 이른바 '복귀론'이라고도 불리는 현실론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법사위원회·운영위원회·과방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를 장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그나마 남은 상임위에서 거야에 대항해 입법 독주를 저지해야 한다는 게 현실론이다. 외교와 안보 이슈의 선점을 위해서도 외통·국방위를 포함한 7개를 받아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장기화되는 상임위 보이콧에 따라 집권여당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데 대한 부담의 기류도 나오고 있다.
반면 민주당이 이미 독식한 상임위원장 자리 11개에 더해,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놨던 7개까지 가져가게 함으로써 민주당을 향한 '부정적 국민여론 형성'을 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큰 상황이다. 이 같은 '역풍'에 기대 전면전을 해야한다는 게 '강경론' 이다.
이미 야당은 단독으로 상임위를 가동해 여당의 불참에도 법사위에선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 과방위에선 현재의 '방통위 2인 체제'를 겨냥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방통위법)과 관련한 입법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 중 법사위는 지난 21일 야당 단독으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입법청문회에 이어, 채상병 특검법까지 처리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이 당론 1호 법안으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채상병 특검법을 수정·재발의 한 지 22일 만이자, 법사위에 상정된 지 9일 만의 초고속 처리다. 이어 민주당은 특검법을 내달 4일까지로 예정된 6월 임시국회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민주당 당론인 '방송 3법'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야권 단독으로 과방위에서 의결, 정청래 위원장의 법사위로 공을 넘긴 상태다. 방송 3법은 표면적으로는 공영방송의 이사진 다양화를 명분으로 하면서도 특정 직역과 야권 성향 단체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법사위원장에는 정청래 최고위원, 과방위원장에는 재선 최민희 의원 등 초강경파가 전진배치 된 상태다.
추경호, 법사위 "광란의 무법지대" 비판하자
정청래 "초딩같아…내게 용기내 직접 말해라"
21대 국회서도 '막말 논란'으로 파행하기도
與, 대응카드로 '최다선 중진 간사' 배치론까지
여야는 지난 21일 야당 단독으로 진행한 채상병 특검 청문회 이후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중이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민주당의 상임위 운영을 '막가파식 운영'이라고 비판한 상대 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초딩(초등학생)'이라고까지 모멸하며 되받아치기도 했다.
이날 추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지난 21일 법사위에서 진행된 청문회를 "광란의 무법지대"라고 직격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미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의 참고인을 불러 온갖 모욕과 협박, 조롱을 일삼고 민주당의 법사위원장은 앞서서 윽박지르며 '회의장 퇴장 명령'을 반복했다"며 "'이재명 로펌'으로 전락한 민주당 법사위가 막가파식 회의 운영으로 얻고 싶은 것은 오로지 정권 흔들기이지, 이 사건의 진실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추경호, 초등학생처럼 이르지 말라. 불참으로 협조해줘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또다른 게시물을 통해선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국회의원에게도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겠다"라고 했다.
유사하게는 앞서 2021년 5월 26일 법사위에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막말 논란' 끝에 결국 파행한 사례가 있다. 당시 법사위 소속이었던 전주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인사청문회 파행은 전적으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막말이 초래한 것"이라며 "끝내 사과를 거부하고 회의를 파행으로 몰아간 것은 바로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김용민 의원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했고, 유 의원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향해 항의하면서 "이런 형태로 상임위 과정에서 상대 의원을 명예훼손 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면 참기 어렵다"고 반발한 바 있다. 이 같은 논쟁 과정에서 김 의원이 조수진 전 의원을 향해 "눈을 그렇게 크게 뜬다고 똑똑해 보이는 것이 아니다"는 인신공격을 해 상임위가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으로선 아직 원 구성 대치와 관련해 묘수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쟁점 상임위 '간사'로 '최다선 중진'을 배치해야 한다는 방안까지 고개를 들었다. 이는 최근 강민구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재명은 민주당의 아버지'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에 대한 해명으로 '깊은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 한 것과 맞물리기도 한다.
통상 간사는 재선이 맡지만, 5선 이상을 배치할 경우 '선수 차이'를 고려해 민주당이 국민의힘 상임위원들에게 함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방안이다. 여당 내 최다선(6선)인 주호영·조경태 의원이 간사로 등판하는 것을 전제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최다선 여당 간사의 배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막말과 상임위 독주가 계속될 경우, 민주당에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여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 여러 생각이 많다"며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이 가져갈지 여부를 떠나, 오는 25일까지 상임위 구성을 완료하겠단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원 구성 강행 배경으로 내달 4일까지로 예정된 6월 임시국회 내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일정이 진행돼야 함을 들고 있다. 25일 야당 단독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상당하다.
결국 국민의힘의 24일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여당이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포기할지, 아니면 잔여 7개 상임위를 차지할지 중의 하나로 귀결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