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독일 ‘IDT’ 인수로 사업영역 확대
IDT, 항암 바이러스 등 CGT 생산 역량 보유
바이오팜·팜테코와 CGT 중복?…“따로 또 같이”
SK그룹 바이오 계열사 간 협업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그간 각자 고유의 영역을 지키던 계열사들이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라는 하나의 분야로 교집합을 이루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7일 독일 소재 글로벌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를 발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지분 인수 계약으로 IDT 바이오로지카의 지분 60%를 확보하면서 1대 대주주로 올라선다.
IDT 바이오로지카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대형 바이오 기업으로 백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CDMO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세계 최초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인 암젠의 ‘임리직(Imlygic)’도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현재 IDT 바이오로지카가 생산 중인 임리직의 공정 기술은 CGT와 그 기술적 영역을 상당히 공유한다”며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CGT로 확장할 수 있는 ‘앵커(Anchor, 닻)’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바사, 예견된 CGT 시장 진입…계열사간 충돌 가능성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CGT 시장 진입은 지난해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팬데믹 이후 회사의 성장전략인 ‘SKBS 3.0’을 발표하면서 백신 이외 새로운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점찍은 시장이 바로 CGT다. 안 사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CGT CDMO 시장이 과잉공급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아 바이오텍들의 임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해당 문제가 해결된다면 CGT CDMO 시장의 수요는 분명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R&D)에도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CGT 신약개발 영역까지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CGT 시장 진출 선언은 비단 SKBS 3.0의 본격화뿐 아니라 그간 고유의 영역을 지켜오던 SK그룹 바이오 계열사 내 지각변동을 시사한다.
현재 그룹 내 바이오 계열사는 5개로 ▲SK바이오사이언스(백신) ▲SK바이오팜(신약개발) ▲SK팜테코(CDMO) ▲SK케미칼(제약) ▲SK플라즈마(혈액제제)로 각자 영역이 달랐다. 이 가운데 SK㈜ 산하인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가 CGT 사업에 진출, 또는 진출을 예고한 바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팜테코가 ‘CDMO’라는 동일 사업 분야을 영위한다는 것이다. 최근 SK그룹은 ‘리밸런싱(구조조정)’을 통해 계열사간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의 효율화를 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안 사장은 리밸런싱 영향권에 드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리밸런싱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인데, 사업 기회가 왔을 때 집중을 해야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며 “이번 인수는 SK바이오사이언스로서는 놓치면 안되는 기회였기 때문에 리밸런싱과 흐름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그룹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따로 또 같이’라는 사업 문화”라며 “인수 과정에서는 컴플라이언스 문제로 인해 계열사와 관련 논의를 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요그 알그림 SK팜테코 대표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충돌이 아닌 시너지를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표’ 바이오 시너지 터질까…향후 움직임 주목
SK그룹 주요 바이오 계열사가 하나의 사업 영역에서 ‘얼라인(Align)’되면서 향후 이들의 시너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은 내년 함께 인천 송도로 소재를 옮기면서 더 긴밀한 협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안 사장은 “이미 SK바이오팜, SK팜테코와는 경영진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업 영역에서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며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 과정에서는 컴플라이언스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를 할 수 없었지만 지금부터는 다른 계열사들과 함께 협업에 대한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