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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사라지고 배달 끊길까”…외식업계, 장마철 맞아 ‘예의주시’


입력 2024.07.02 06:46 수정 2024.07.02 06:46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장마철 시작…본격적 피해 확산 우려

이번주 전국 역대 최다 강수량 예고돼

재배시설 초래 및 농산물 가격 상승

식당 주방에서 종업원이 조리를 마친 삼계탕을 나르고 있다.ⓒ뉴시스

본격적인 장마철에 들어서면서 외식업계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 시기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이 크게 줄고 침수로 인해 배달도 멈추는 데다, 농산물 가격 급등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내내 많은 비가 내린다고 예보돼 있는 만큼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지난달 3개월 전망을 통해 올 여름엔 평년보다 덥고 비가 많이 내릴 확률이 높다고 예보했다. 기상청 기후예측모델(GloSea6 앙상블)에 따르면 6∼8월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91∼94%였다. 7∼8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은 80%로 제시됐다.


실제로 이번 주 본격적으로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다 강수량이 예고됐다. 2일부터 10일까지 계속해서 비가 쏟아질 예정이다. 현재 만주 북쪽 러시아 지역에 기압능이 우리나라 북서쪽에 형성된 기압골이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한 상태다.


문제는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다 강수량의 예고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장마 이후 폭염이 지속되면 고랭지 배추·무 병해와 가축 질병 확산도 가능성도 크다. 장마 이후에는 폭염과 여름 태풍, 두 달여 남은 추석도 물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상기후가 계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농업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기후는 작물 생산과 품질 저하, 병해충 확산, 토양 환경 변화, 수자원 불균형 확대, 재해로 인한 재배시설 붕괴 등을 초래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8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7월과 8월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각각 2.9~3.9도, 1.9~3.7도 높았다. 그러자 7~8월 평균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1.4% 올랐다. 양배추(23.3%), 고구마(20%), 무(17.1%), 당근(16.3%) 등의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지난 수년간 여름철마다 이상기후가 반복되자 일부 품목에서는 재배면적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여름 배추 재배면적은 2023년 5242㏊에서 올해 4957㏊로 줄었다. 당근과 무, 마늘 역시 여름철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됐다.


장마에 취약한 과일도 가격이 오름세다. 습기를 잘 머금는 복숭아와 자두 등이 대표적이다. 복숭아는 봄철 잦은 강우로 일부 지역에서 잎오갈병, 탄저병 발생이 관측되고 있다. 사과와 배도 고온다습한 날씨로 병충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뉴시스

답 없이 치솟는 물가에 자영업자들의 충격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식자재 인상폭은 이미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여기에 최근 장마철 집중 호우에 이어 역대급 무더위 속 채소값 마저 급등하며 원재료비까지 어깨를 짓누르는 상황이다.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0대)씨는 “더우면 더운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식재료가 출렁이고 그 타격은 고스란히 자영업자에 미친다”며 “특히 올해는 뉴스에도 많이 나왔지만 각종 비용부담 증가로 자영업자가 이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마철에는 보통 비가 내려 시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습도로 인해 에어컨을 풀로 가동해야 하는 고충도 크다”며 “20평 남짓 되는 가게인데 보통 한 달에 20만원 나오는 전기료가 여름이 되면 40만 원은 가뿐히 넘어간다”고 하소연했다.


배달도 걱정이다. 통상 이 시기 소비자들의 불만은 폭주한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 국민의 상당수가 의존하는 ‘언택트(비대면) 서비스’에 빨간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배달 지연 현상은 물론 언덕 지역, 고층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등은 배달 거부 현상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폭우가 쏟아지면 외출을 꺼리는 손님들이 늘기 때문에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 시기엔 배달도 어렵다”며 “특히 비가 많이 와서 라이더들이 배달을 거부하거나 늦어지면 평점이 낮아지고 배달 배정 대기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와 민생 안정은 또 다시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집중호우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켜봐야 하지만, 악재인 것 만은 분명하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례적으로 이른 추석을 맞아 성수품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치명적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여름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에 대비해 농산물 비축량을 점검하고, 집중 호우 취약 시설·지역에 대한 사전 점검에 나섰다. 정부와 유통업계는 휴가철 물가 상승과 기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식품 가격 인상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근처에 같은 업종의 가게들이 꽤 있는데, 먼저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급격히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매년 그렇듯 장마가 끝나면 식재료가 급등할 것이고 식당 메뉴 가격이 또한 번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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