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투' 그림자 드리운 완성차 업계
현대차 노조, 10~11일 부분 파업 예고
기아 노조도 강경 입장… 한국GM 노조는 파업권 획득
KG모빌리티·르노코리아 무분규 이어갈까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 시즌이 도래하면서 하투(夏鬪·노동계의 여름철 투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5사 모두 무분규로 교섭을 마무리했지만, 올해는 정년 연장, 성과급 등을 중심으로 초장부터 강경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해 내수 시장이 주춤하며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노사 협상이 파업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4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10일과 11일 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오는 6일부터는 모든 잔업과 주말 특근도 전면 중단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불사하고 나선 건 지난달 상견례 이후 10회 이상 이어진 교섭에서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이다.
노조는 앞서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를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만 64세) ▲신규 정규직 충원 등을 요구했다.
회사는 지난 11차 교섭에서 ▲기본급 10만6000원 인상 ▲성과급 350%+15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00% ▲주식 총 25주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현재 노사의 합의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생산직 1100명 신규 채용 ▲해외공장 생산 차종 변경이 국내 공장 조합원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노사가 함께 심의·의결한다는 내용 등에 그친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서면 5년 연속 무분규 기록을 깨게 된다. 파업 전까지 노사 교섭이 진행될 예정인 만큼 쟁점이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있지만, 지난해 현대차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다 올해 정년연장에 대한 노조의 의지가 강경한 만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현대차와 비슷한 요구조건을 내거는 기아 노조 역시 올해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중점으로 교섭에 돌입한다. 기아 노사는지난 2일 상견례를 마쳤으며 매주 3회씩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먼저 교섭에 돌입한 현대차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기아의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GM 역시 올해 순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출시로 작년 흑자를 달성한 만큼 노조는 기본급 상향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과 대치하고 있어서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지난 1일 파업권을 획득했으며, 현대차의 파업 여부가 영향을 미칠 것을 보인다. 올해 한국GM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15% 성과급 지급 ▲통상금 300% 지급 등을 요구했다.
그간 원만한 교섭을 이어왔던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도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실무교섭을 마치고 오는 11일 본교섭을 진행한다. 올해 노조의 요구안은 총 19가지로, 핵심은 임금피크제 폐지와 기본급 인상이다. 올 하반기 신차 출시를 앞둔 시점인 만큼 분규없이 마무리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4년간 신차 없이 부진한 실적을 이어온 만큼 사측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노조와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르노코리아 노조 관계자는 "이번주 실무교섭이 마무리됐고, 다음주 12일 본교섭을 시작한다"며 "아직까지 초기 단계지만, 사측은 비용 면에서 부담스러워하는 듯한 움직임이 있다. 사측의 방향에 따라 파업 등 향후 움직임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분규 기록을 이어온 KG모빌리티도 올해는 3년 정년연장을 내걸었다. KG모빌리티 노사는 지난 3일부터 본교섭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