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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3.6% '경계선 지능인'…한 총리 "느린 사람도 행복한 사회 돼야" (종합)


입력 2024.07.08 07:00 수정 2024.07.08 07:00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청년문간밥상 슬로우점', 경계선지능 청년 고용 100일

올해 하반기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첫 실태조사 실시

한 총리 "실질적인 대책 낼 수 있도록 꼼꼼히 챙길 것"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오전 경계선 지능 청년 상생 일터인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을 찾아 경계성 지능 청년 직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을 찾아 격려했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적장애(IQ 70이하)는 아니지만, 평균지능보다 약간 낮은 경계구간 지능(IQ 71~84)을 가진 이들이다.


학업과 사회생활, 취업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공식적인 장애에는 해당하지 않아 그동안 경계선 지능인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부 공식 첫 실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개점 100일을 맞은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 방문해, 이곳에 고용된 경계선 지능 청년들과 그 가족들을 만나 격려했다.


청년밥상문간은 고물가시대 한 끼 식사비가 부담스러운 청년과 서민들을 위해 김치찌개 단일메뉴를 1인분 3000원에 판매하는 식당이다.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이 기업과 개인 후원금 등을 받아 청년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에서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 중이다. 서울 4곳, 제주 1곳 등 전국 5곳에 있다.


가장 최근에 개점한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은 지난 3월 문을 연 곳으로, 다른 지점과 달리 홀 서빙과 주방 보조 담당 직원 10명을 모두 경계선지능 청년들로 채용했다.


국내 경계선 지능인은 전체 국민(5129만명)의 13.6%(약 697만명), 이중 초중고등학교 학생은 78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낮은 인지 기능 탓에 학교생활과 학업, 근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교육부는 제6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경계선 지능인 지원 방안'에 대해 보고한 바 있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보건복지부를 통해 전 연령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공식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경계선 지능인으로 판별되면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오전 경계선 지능 청년 상생 일터인 서울 종로구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을 찾아 경계성 지능 청년과 보호자들을 격려한 후 식사 서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시스

이날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에서는 개점 100일과 청년직원 근속 100일을 동시에 축하하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및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임직원과 청년직원, 그 가족들이 참석해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역사상 처음 사회부총리 주관으로 고용부, 복지부, 교육부 장관 세 분이 모여서 경계선에 있는 분들을 어떻게 교육 훈련 취업을 연계시킬까 논의했다"며 "많은 일자리에 있었고, 많은 사람과 같이 일했지만 모든 걸 빨리만 하는 사람이 잘하고, 사랑받고 인정받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성실하게, 비록 조금 속도는 느리더라도 성실하게 일자리에 임하고 윗사람을 잘 모시고, 서비스를 받기 위해 오는 분들에 대해 잘 봉사하는 정신을 가진 분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예찬(25) 홀매니저는 "근속 100일이 된 소감이 어떠냐"는 한 총리의 질문에 "다른 회사에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 그만둔 경험이 있다"면서 "이곳에서는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알려주고 서로 돕고 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재범(19) 홀매니저 역시 "취업에 번번이 실패해 평소 집에만 있었는데 일을 하면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배우는 게 많다"며 "월급을 받고 난생 처음 적금도 가입했다"고 뿌듯해했다.


닉네임 '미니'를 사용하는 청년의 어머니는 "위에 (미니)언니가 장애인이고, 동생(미니)은 경계선 지능인"이라며 "언니는 나라에서 지원을 굉장히 많이 받고, 사회생활도 하고 회사도 나간다. 그러나 동생은 지원이 없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미니가 편의점도 하고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활동했는데 잘 안됐다"며 "나라에서도 지원해 주고 관심을 주면 청년들과 경계선 지능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문수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처음에는 손님들에게 직원들이 조금 서투를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지금은 '느린 식당'을 감수하는 것을 넘어서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오는 단골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경계선지능 청년들은 배우는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한번 맡은 바는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수행한다"면서 "처음 일을 시작한 청년 중 단 한 사람도 이탈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방문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첫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애주기에 따른 지원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교육부, 복지부, 고용부가 힘을 모아 실질적인 대책을 낼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보겠다"고 강조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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