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사임 이후 전적인 권한과 책임 위임 받아
홍명보 감독 최종 선임 결정도 정몽규 회장에게는 보고 안 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금부터 모든 결정을 다하라고 하셨다.”
대한축구협회가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과 최종 결정은 오롯이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의 몫이었다.
이 이사는 지난달 28일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하던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고 물러나자 사령탑 선임에 대한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았다.
“규정과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법률적 검토를 거쳤다”는 이 이사는 지난 2일 유럽으로 곧장 출국해 4일까지 2명의 외국인 감독 최종후보자와 면접을 진행한 뒤 지난 5일 낮,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하는 비행기서 “나의 어떤 결정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했다”는 이 이사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홍명보 감독의 집을 찾아갔다.
오후 11시경 K리그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홍 감독을 만난 이임생 이사는 여러 차례 설득에 나섰고, 결국 OK 사인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고민과 결정을 홀로 내리며 사실상 총대를 멨다.
앞서 축구협회는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정식 감독 선임을 약속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해 결국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을 황선홍, 김도훈 감독 임시체제로 치렀다.
협회의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고, 두 번이나 약속을 어기자 수장인 정몽규 회장에게도 비난이 쏠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감독 선임을 주도했던 정해성 기술위원장이 국내파 감독 선임을 건의했다가 외국인 감독을 원했던 협회 수뇌부와 갈등을 빚어 사퇴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이 축구인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비난도 잇따랐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주도한 사람도, 최종 결정을 내린 이도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였다
이 이사는 “전력강화위에서 추린 3명의 후보자들을 만나겠다고 정몽규 회장님께 보고드렸다. 그 때 회장님이 말씀하신 건 딱 하나였다. ‘지금부터 모든 결정을 다해라’였다”며 “마지막 결정도 회장님께는 보고를 드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명보 감독을 만나고 결정한 후에 현재 전력강화위원회 분들들 다시 소집해 미팅을 해야 했지만 다시 미팅을 하게 되면 언론이나 외부로 정보가 나가는 게 두려웠다”며 “개별적으로 다섯 분의 위원들한테 최종 후보 중에 내가 최종 결정을 해도 되겠냐고 동의를 얻고 나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임생 이사는 “나의 낮은 지식과 경험을 비난해도 좋다. 다만 내 스스로 내린 결정에 후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