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지구 지정 계획 발표, 집주인들 매물 거두고 호가 올려
분당 아파트값 9주 연속 상승 중, 일산은 하락세 유지
“건축비, 고금리, 재초환 걸림돌…선도지구 전망 밝지만은 않아”
1기 신도시 별로 선도지구 지정의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면서 집값 상승 거래가 이뤄지는 한편,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고 있다. 다만 사업성에 따라 선도지구 성패가 갈리는 만큼 무분별한 투자는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값은 7월 1주(1일) 0.32% 뛰었다. 9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한 분당구 아파트값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상승 중이다.
이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이슈가 큰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의 각 지자체별로 선도지구 공모지침을 발표했다. 선도지구에 선정되면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1번 타자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에 각 지역에서는 사전 동의율을 확보하는 등 지난해부터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여왔는데, 공모 지침 발표로 올해 9월까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법적인 요건을 갖춘 동의서를 징구하고 선도지구 신청서를 내게 된다. 이후 평가를 거쳐 올해 11월 선도지구가 최종 공개될 예정이다.
재건축 시계침이 돌아가면서 분당에서는 선도지구 지정 유력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뛰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아파트 전용 134㎡는 지난달 12일 2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직전 거래액은 17억9000만원이었다.
시범한양아파트와 함께 재건축을 추진하는 시범삼성·한신아파트의 전용 192㎡도 지난달 15일 25억원에 팔렸다. 지난 1월 동일층 매물이 22억8500만원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약 반년 만에 2억2500만원이 뛴 셈이다.
분당의 선도지구 선정 기준에서 주민동의율(60점) 산정 시 상가 소유주 동의 여부가 빠지면서 단숨에 유력후보로 떠오른 양지마을에서는 집주인이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매수 희망자가 가계약금 전용 84㎡ 매물에 대해 7500만원을 지급했는데도 집주인이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그 외 지역은 집주인이 호가를 띄우고 있지만 실제 집값에 반영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일산의 백마1단지삼성아파트는 전용 133㎡이 지난 5월 21일 9억1000만원에 팔린 이후 지난달 24일 8억8000만원에 팔렸으나 최근 동일면적의 호가는 9억~10억원대에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을 살펴보면 일산동·서구는 아파트값이 여전히 하락세를 유지 중이다.
일산동구 한 공인중개사는 “일산은 큰 거래 움직임 없이 잠잠하다. 투자를 위한 문의 전화도 없고 거래도 없다”며 “일부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는 있지만 그 가격대로 계약이 체결될 지는 의문이다. 호가가 집값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사업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대부분 땅값에 결정이 되기 때문에 선도지구 지정 후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는 진행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다만 전망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업성이 가장 높다는 분당도 건축비는 껑충 뛰어 오르고 고금리는 지속되고 있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도 복병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전망을 밝게만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5일 ‘1기 신도시 선도 예정지구’ 17.28㎢를 올해 12월 31일까지 6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는 상가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주거용 토지는 규제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