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본인 선거만 뛰지 않았나"…羅 "책임 뒤집어씌워"
尹 "책임지는 자세 아냐" 元 "이재명 꺾으러 가 사투"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4인이 총선 참패 책임론 공방을 벌였다. 총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후보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전국 지원 유세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세 후보는 선거를 총괄했던 한 후보가 자신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동훈 후보는 9일 TV조선에서 방영된 첫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를 향해 "내가 지원 유세를 다닐 때 세 분은 왜 안 하셨나"라며, 세 후보가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음에도 본인들의 선거에만 집중하느라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먼저 나경원 후보를 향해 "원외당협위원장 즉답회에서 '본인이 8%p 차이로 이길 줄 알았으면 지원 유세 좀 할 걸'이라고 했다"라며 "낙선자들이 대단히 실망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나 후보는 "책임을 뒤집어씌운다. 그건 원외 위원장들을 위로하는 말이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동선대위원장 제안을 했을 때 내가 한 얘기가 뭐였나. '나는 내 지역을 지키는 것만 해도 너무 어렵다, 한강 벨트를 사수하는 것 이상은 할 수 없다'며 분명히 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라며 "총선이 얼마나 어려웠느냐"라고 반문했다.
나 후보는 서울 동작을에서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인 류삼영 후보와 경쟁을 벌였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해당 지역에 여덟 차례나 방문했다. 이 전 대표가 당내 후보 중 가장 많은 지원을 해 '최대 승부처'로 분류됐었다.
나 후보는 방송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전후 사정을 다 알텐데 이제 와서 지원유세를 운운하는 건 총선 패배 책임을 나누자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총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비상대책위원장의 자리를 묻는 건데, 일종의 덮어씌우기에 깜짝 놀랐다"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는 "나는 차라리 불출마하고 (비대위원장을) 했다. (세 후보는) 본인 선거만 뛰지 않았나. (선대위원장에) 이름만 빌려주신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나 후보는 "나한테도 강남 같은 데 공천을 줬으면 비대위원장보다 더 많이 (지원)해드렸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윤상현 후보도 "(비대위원장으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이런 말씀을 할 수 있느냐"라며 "원 후보도 그렇고 모두가 다 지역에서 열심히 백병전을 치르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남영희 민주당 후보와 리턴매치를 벌였다. 두 사람의 첫 대결이었던 21대 총선에서 윤 후보는 171표 차이로 남영희 후보에 승리해 이재명 전 대표가 해당 지역구에 수 차례 지원유세를 왔었다. 그럼에도 윤 후보는 당선돼 5선 고지에 올랐다.
원희룡 후보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스타 장관 험지 출마론'에 화답해 이 전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했다. 인천 계양구는 '인천의 호남'으로 불리는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 지역으로, 해당 선거는 '명룡대전'으로 불리며 전국 최대 관심지로 꼽힌 바 있다. 원 후보는 불리한 정치 지형 속에서 이 전 대표에 석패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공세에 "(한동훈 후보가) 왜 전국 지원 유세를 안했냐고 질문하는데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이라며 "내가 이재명을 꺾으러 간 사람이었는데 여론조사에서 거의 불가능으로 나와서 잠을 3~4시간 자며 사투를 벌였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선대위원장을 받고 전국 지원 유세에 가지 못한 것, 참패한 것은 정말 죄송하고 통탄한다"면서 "한동훈 후보는 당과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지만, 아무튼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고마워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원희룡 '韓 사적 공천' 논란 두고 신경전
韓 "기사 200개 이 정도면 명예훼손"…사과 요구
元 "할 말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냐"…대응 자제
한동훈 후보와 원희룡 후보는 '사적 공천' 논란과 관련해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자신의 사적 공천 논란을 제기한 것에 대해 "관련 기사가 200개 이상 났는데 이제 비긴 것으로 하자는 건 안된다. 이 정도면 명예훼손"이라며 "사실이면 사실대로 말하고 아니면 사과를 해달라. 그래야 우리가 비방하지 않는 문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한 후보는 원 후보에게 사과와 해명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원 후보는 네거티브를 지양하고 정책 경쟁을 펼치겠다면서 무응답했다. 원 후보는 "할 말이 없어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 하라"라며 "선거관리위원회가 다툼을 중단하고 정책과 비전을 위한 경쟁을 시작해달라고 했다"고 말을 아꼈다.
원 후보는 총선 참패 요인으로 꼽히는 물가 문제를 고리로 한 후보를 압박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에게 "당대표가 되면 총선 때 못 잡은 물가 어떻게 잡겠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물가안정기금을 집중적으로 국민이 느끼는 항목에 넣어,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드려야 한다"며 "정부가 성의를 보이고, 물가로 인한 국민 고통을 경감시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원 후보께서 마지막에 (인천 계양을에) 불렀을 때 선거운동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 때 금리 얘기 안하고 삼겹살 같이 먹자고 했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원 후보는 총선 선거운동기간 막바지였던 지난 4월 8일 이 전 대표가 한우를 먹고서도 삼겹살을 먹은 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천 계양을의 식당으로 한 후보와 함께 가서 회동한 바 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이러한 언급에 "그때 (한 후보가) '이재명 심판'만 외쳤기 때문"이라고 맞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계파 정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나 후보는 원 후보에 "친윤(친윤석열)계를 등에 업었느냐, 안 업었느냐"며 "원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계파를 업거나 만들고 있다. 계파 정치를 극복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나를 건강하게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계파를 환영한다"고 답했고, 나 후보는 "모든 계파를 환영하는 것 같지는 않으시더라"라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