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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장님 빚만 1000조…결국 남은 건 '연체 고지서' [기업부채 3000조③]


입력 2024.07.17 06:00 수정 2024.07.17 06:0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자영업자 대출 1056조원 '역대 최대'

연체만 10조8000억…증가세도 빨라

"연착륙 방안 필요…구조 개편 해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상처로 남아 있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과도한 기업부채로부터 촉발된 사태였다. 그런데 현재 국내총생산과 비교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IMF 사태 당시를 웃돌며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해서 번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 상태다. 그 사이 빚에 더욱 관대해진 사회가 됐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기업부채 3000조 시대 이면의 불안과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 시내의 한 가게 앞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뉴시스

국내 자영업자의 대출이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고금리 장기화와 소비 부진 속 자영업자가 갚지 못하는 빚이 급증한 가운데, 연체액도 역대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금 상환이 미뤄진 76조원 규모의 자영업자 대출까지 내년 9월 이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20%를 차지하는 경제 주체로, 자영업 부진은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자영업자들의 선별적 채무조정과 함께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은 105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053조2000억원) 대비 2조7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산한 액수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1%로 둔화 추세지만, 소득별 격차 증가율은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30%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말 723조6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726조1000억원으로 0.4%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소득 하위 30% 대출 증가율은 6.1%(123조원→130조5000억원)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자영업 차주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빚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연체액도 문제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영업대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의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은 10조8000억원으로, 200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2년 만에 3.7배가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자영업자의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율도 1.66%로 석 달 사이 0.33%포인트(p)가 치솟았다.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상환능력이 부족한 자영업자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같은 기간 10.21%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자영업 대출 규모 문제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도 빨라 우려를 자아내는 상황이다.


빚에 허덕이다 마침내 폐업하는 자영업자도 코로나19 때보다 더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총 91만1000명으로 전년(79만8000명) 대비 11만3000명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처음 발생한 2020년(82만7000명)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폐업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당국은 채무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후보자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리스크가 쌓이는 건 부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 때문"이라며 국내 금융 시장의 4대 핵심 리스크 중 하나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부채'를 꼽았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25조원 규모의 맞춤형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대 82만명의 소상공인에게 정책자금과 보증부 대출 상환기간을 5년까지 연장하고,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지원 규모와 대상을 늘려 30만명가량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규모 금융지원을 이어 왔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실시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4년 넘게 지속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자영업 여건을 개선하려면 '급한 불 끄기' 차원의 퍼주기식 지원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 여건을 개선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우선 자영업 진출 수요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장 연구위원은 "은퇴자들은 자영업 진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정년을 단계적으로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맞춰나가야 한다"며 "자영업 진출을 유도하는 프랜차이즈업계의 무분별한 난립이나 거짓 정보 등에 대한 규율과 감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이번 대책에도 포함된 자영업자 퇴출과 재취업 지원, 채무조정 등 구조조정 정책을 과감한 수준으로 확대해 적극적으로 자영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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