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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밀어내면 정권 안정되나


입력 2024.07.17 07:07 수정 2024.07.17 09:05        데스크 (desk@dailian.co.kr)

홍수에 떠내려가는 지붕 위의 결투

소중한 인적자산 서로 차버리다니

내분 부르지 말고 민주당과 싸우라

국민의힘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채널A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차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 양반들, 지금 자신들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다고 여기는 걸까? 서로 온갖 험담을 퍼부어대는 걸 보면 흡사 대홍수에 떠내려가는 지붕 위에서 그 집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사생결단하는 모습이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우선 힘을 합쳐 떠내려가는 집을 탁류 밖으로 끌어내기부터 할 일이다. 집이 온전하고 가솔이 무사해진 후에야 좁쌀 한 됫박이라도 가치가 생긴다. 물에 다 떠내려가고 나서야 무엇인들 의미가 있겠는가.

홍수에 떠내려가는 지붕 위의 결투

멀쩡한 사람들이다. 남보다 더 좋은 자리에서 누구보다 많이 아는 것 같이 보이던 국가적 인재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안에서 서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밖에서 힘 빠질 때만 노리는 철거용역 꾼들에게 밀려 겨우 남은 방 한 간도 못 지키게 된다는 것을, 이 똑똑한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패가망신에 대해서는 오불관언이다. 당장 서로 엉겨 붙어 잇속을 다투는 상대를 해치울 꾀를 내는 데만 급급할 뿐이다.


와각지쟁(蝸角之爭: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장자(莊子) 즉양(則陽)편에 나오는 우화다. 달팽이 왼쪽 뿔에 사는 촉씨(觸氏)와 오른쪽 뿔에 사는 만씨(蠻氏)가 서로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자주 싸움을 벌였다. 한 번은 보름 동안 전투를 치렀는데 양측 모두 수만 명씩의 전사자를 냈다.


“그 이야기 누가 몰라?”라고 하지 마시라. 알면서 그렇게 싸우는 것이라면 깨달은 바가 없기 때문이다. 깨달은 바가 없다면 알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늘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1명, 국민의힘 의원은 108명이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명색이 여당이면서 제1야당의 행랑채 신세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입법 전횡, 그들이 잘 쓰는 표현으로는 입법 농단에 신이 나 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무엇 하나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의사당 안에서는 민주당과 그 주변 정당들로부터 아예 투명정당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런 처지로 당권경쟁에는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마다치 않는다. 지난 4월의 총선 때는 서로 손을 잡아 치켜올리며 평생 한 마음이 되어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 나아가 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듯하더니 지금은 이런 원수가 또 있을까 싶도록 서로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다. 당원들(아마도)까지 편을 갈라 경쟁적으로 욕설과 야유를 퍼붓고 있다. 지난 15일 충청권 합동연설회장에서는 욕설・야유로도 성에 안 차는지 의자를 집어던지는 폭력 행위까지 저질러졌다.


대립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후보 간 태도의 차이에서 빚어진 인상이다. 한동훈 후보는 윤 대통령에 비우호적이라고 인식된 분위기다. 원희룡 후보는 대통령실의 부추김, 아니면 적어도 지지를 받는 입장이라는 주장들이 있다. 나경원 후보와 윤상현 후보는 줄을 만들지도 서지도 않는 자주적 후보임을 역설하지만 어쨌든 윤석열 정부를 지켜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니까 1대 3의 싸움이다.

소중한 인적자산 서로 차버리다니

한 후보가 유력하니까 다른 후보들이 이런저런 이유와 명분을 만들어 집단 따돌림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것도 전략이라면 전략이겠지만 같은 당 안에서의 경쟁이 이런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당의 자해행위나 다를 바 없다. 설령 그 사람을 떨어뜨리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나머지 세 사람이 모두 대표로 당선될 것은 아니다. 자기들 가운데서도 한 사람만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가 있다.


경쟁심이 격해져서 이성・지성・합리성의 끈을 놓아버리면 전당대회 이후에도 감정의 골은 그대로 남는다. 결과에 승복하고 단합을 위해 손을 잡는 모습을 보이긴 하겠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인성・인격에 입은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같은 당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공동의 목표를 지향한다고 해도 서로 간의 신뢰가 원래대로 회복되기는 불가능하다. 당에서는 가장 똑똑하고 리더십이 남다르다고 알려진 사람들 서로가 아주 소중한 인적자산을 발로 차버리는 격이 되는 것이다.


당내에서 주요 당직 경선 한 번 치르면 그때마다 유력자들 사이에 적대관계가 형성된다. 당의 발전을 위해 더 나은 적임자를 선택한다는 일이 당을 분열의 골짜기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고 만다. 당연히 이럴 경우의 갈등 조정 및 해소를 위한 기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것은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있지만 관장하는 업무가 다르다. 윤리위원회가 감당할 문제도 아니다.


후보자 사이, 핵심 참모 사이에 신사협정을 생각해봄 직하다. 때로는 모여서 서약서를 쓰고 언론 앞에서 다짐도 하지만 이제까지는 별 소용이 없었다. 규칙을 분명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의 발전 방안, 자신의 비전, 공약, 이의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이외엔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는 공동서약을 당 선관위와 당 윤리위원회, 당무감사위원회와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상호 정책 비판은 허용하되 경쟁상대의 인격 전력 자질 인성 등은 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응분의 불이익을 감수겠다는 서약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긴 이미 사후약방문격이 됐다. 그렇더라도 시도는 해야 한다.

내분 부르지 말고 민주당과 싸우라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논쟁할 필요도 없이 자명한 일이다. 과거처럼 대통령이 당을 이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월적 지위를 주장하기도 어렵다. 정치 환경과 인식의 변화에 따라 양측 관계가 크게 달라졌다. 대통령이 우월적 지위나 역할을 주장할 때는 파국적 상황이 초래된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돌아볼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는 민주당 대신 신 여당인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가, 탄핵소추의 곤욕을 치렀고, 결국 재임 중에 여당이 와해되는 것을 목격했어야 했다. 박 전 대통령도 여당의 분열로 탄핵소추를 당한 데 이어 장기간의 옥고까지 치르는 신세가 됐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말도 무난하지는 못했다. 재임 중에 탈당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당이 고삐를 쥐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과 등지면 여당은 정권 재창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 간 알력이 그 예다.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패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당내 친이・친박 간의 대립이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당을 효과적으로 장악했고 당내 도전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대선에서 정권을 지켜낼 수가 있었다.


누가 당 대표직을 맡든 대통령실과 여당이 등을 돌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온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동훈 후보가 아니라 다른 후보가 당 대표직을 맡는다고 해서 대통령의 여당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난국을 함께 헤쳐 나가는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말인데 괜히 ‘배신자’니 뭐니 하면서 집안싸움을 벌일 일이 아니다. 그래봐야 같이 상처를 입을 뿐이다. 지금 민주당이 의회민주주의를 어떻게 자근자근 짓밟고 있는지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똘똘 뭉쳐서 그들의 헌법정신 및 입법 취지 경시・파괴행위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 국민의힘과 그 지지 세력의 헌정사적 과제이고 책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명제는 해방 어간에나 지금에나 진리다.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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