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羅, 공소 취소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 난 '그럴 수 없다' 말씀드렸다"
羅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폭탄" 성토
韓, 청탁금지법 7조 따르면 위법 아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 과정에서 돌연 특정 당대표 후보가 다른 당대표 후보에게 '공소취소'를 부탁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야당은 물 만난 고기처럼 부탁을 한 사람 뿐만 아니라 부탁을 받은 사람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십자포화를 쏟고 있지만, 한 차례 부탁을 단번 거절했다면 법령 위반 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17일 CBS라디오 '뉴스쇼' 특집으로 진행된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를 향해 법무부 장관 시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구속시키지 못했을 뿐더러 '서해 공무원 피습 사건' 등 전(前) 정권 의혹 관련 수사가 미진했다며 "법무부 장관 시절,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고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러자 한동훈 당대표 후보는 나 후보를 향해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이 있지 않느냐"며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 (공소 취소 부탁에)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에 나 후보는 즉각 "그것은 구체적 사건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한 후보는 "본인의 사건이잖느냐"라고 지적했다. 직후 나 후보는 "그것은 나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치를 바로세우는 문제"라며 "나의 유불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세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공개되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간은 물론 민주당 등 야당까지 끼어들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방송토론회 직후 페이스북에 "역시 한동훈 후보의 '입'이 우리 당 최대 리스크"라며 "해야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구분 못하고 심지어 아주 악의적으로 왜곡까지 해서 보수 진영 전체를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패스트트랙 공소 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과 사법정의를 바로세우는 차원에서, 그리고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라며 "한 후보는 이마저도 자기정치 욕심을 위해 교묘하게 비틀고 있다. 이것이 당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의 모습인지, 아니면 자기만 위해 당이 무너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사람의 모습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라고 질타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발언이 있자마자, 바로 민주당이 벌떼같이 몰려들어 우리 전체를 공격하고 있다. 매우 유감"이라며 "한 후보는 또 이런 '입 리스크'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책임있는 답을 내놓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 도중 해당 사실이 의도치 않게 공개되자, 야당 의원들은 반색을 하며 논란 불지피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소 취소' 부탁 논란이 공개된 직후 "나 후보만 문제가 아니다. 청탁을 받고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한동훈도 문제가 크다"라며 "청탁금지법상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은 경우, 그 내용을 신고하고 소속기관장은 신고 내용을 조사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도록 돼있다"고 쌍방을 동시에 겨냥했다.
국회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공소권 거래이자 국정농단"이라며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당대표 후보도 "나 의원의 청탁은 수사 대상"이라며 "한 후보가 청탁을 받고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난사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설령 한동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로부터 실제로 그러한 부탁을 받았더라도 한 차례의 부탁을 단번에 거절했다면 법령 위배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청탁의 신고 및 처리에 관해 규정한 청탁금지법 제7조 1항은 "공직자 등은 부정청탁을 받았을 때에는 부정청탁을 한 자에게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아울러 2항에서는 "1항에 따른 조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다시 받은 경우에는 이를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한 차례의 청탁은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며 거절하면 합법이다. 한 후보가 본인이 밝힌대로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면 괜찮은 것"이라며 "이랬는데도 동일한 부정청탁을 다시 받은 경우에만 기관장에 대한 신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박주민 의원과 조국 후보의 공격은 초점을 잘못 잡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