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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원전 잭팟]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르네상스' 이끈다


입력 2024.07.18 13:54 수정 2024.07.18 13:54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체코, '팀코리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두산에너빌, 원전 주기기 납품 맡아

체코 정부가 신규 원전 사업에 한국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사진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한 대형원전 주기기.ⓒ두산에너빌리티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핵심 기기 납품을 맡게 된 두산에너빌리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단위 규모의 수주 가능성은 물론, 향후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까지 마련하게 됐으며, 국내 원전 생태계 활성화라는 낙수효과까지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체코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자로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대우건설로 구성된 '팀코리아'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핵심 기자재 공급을 맡게 된다. 구체적으로 2기 건설의 주기기 제작과 공급, 주설비 시공 등을 맡는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고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공급할 예정이다.


협상 과정에서 계약금액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내년 3월 예정인 최종 계약 성사 시 두산에너빌리티가 전체 사업비 24조원 중 8조원 가량의 몫을 챙기게 된다. 주기기 제작에 5조7000억원, 주 설비 공사는 2조8000억원 규모다.


주기기 공급을 맡은 두산에너빌리티는 40여년간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발전기 등 원전 핵심 설비와 핵연료 취급 설비, 핵연료 운반 용기, 원자로 계통 보조기기 등을 제작해 온 원전 전문 기업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원전 설비 소재부터 최종 제품 제작까지 이르는 일괄 생산 시스템과 원전 대형 소재 기술 및 자체공급 능력을 갖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체 보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납품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대형 원자로 34기, 증기발생기 124기를 납품했다. 이같은 경험에서 축적된 두산에너빌리티만의 경쟁력이 체코 정부의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문영환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두산의 오랜 업력이 기술력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면서 “두산이 보유한 경험은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 내놔도 경쟁력이 상당하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가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을 맡은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도 “체코 정부는 이번 입찰 과정에서 200명이 넘는 전문가와 수만 페이지의 입찰서를 확인하고, 2700여개의 질문을 주고받으며 꼼꼼하게 경쟁력을 확인했다”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그동안 다량의 원전 기기를 적기 납품해 온 두산에너빌리티의 경험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향후 두산에너빌리티의 유럽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유럽 주요국들이 ‘탈원전’에서 ‘원전 확대’ 정책으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산업법을 마련하면서 원자력발전기술을 탄소중립 기술에 포함했다. 그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며 탈원전 정책을 내세웠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론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는 시각과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렸다. 폴란드·루마니아·슬로베니아·헝가리·튀르키예·영국·스웨덴·네덜란드·핀란드 등이 원전 건설 계획을 준비 중이다.


정 교수는 “현재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원전에 적극적”이라면서 “특히나 체코는 40년간 원전을 운영해본 유럽 내 전력 강국으로, 체코의 선택을 받은 것은 두산에너빌리티가 향후 유럽 원전 시장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한국 원전 산업이 되살아나며 국내 원전 생태계에 낙수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문 교수는 “사실 이번 체코 원전에서 좋은 결과를 못 냈다면 국내 원자력 산업은 그대로 매장될 뻔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국내 원전 산업이 다시 살아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수백개의 원전 협력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번 수주에 성공하면 국내 원전 산업계가 활력을 띄고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 주기기 제작에 참여하는 협력사만 424개 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기기 관련 공급 산업체의 매출 90% 가량이 원전 건설과 운영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는 국내 원전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체코 원전 최종 계약까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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