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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대구 '오오극장'으로 오세요 [공간을 기억하다]


입력 2024.07.19 14:08 수정 2024.07.19 14:1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작은영화관 탐방기⑧]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오오극장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대구 오오극장은 2015년 2월에 개관한 대구 유일의, 지역 최초로 만들어진 독립영화관이다. 국내에서 제작된 장편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개봉하고 기획전을 통해 단편영화, 애니메이션, 외국예술영화 등을 대구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상영관 좌석이 55석이라 오오극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통의 영화관들과 다르게 건물 1층에 영화관이 위치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오오극장은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었다. 극장을 찾기 힘들지는 않았냐는 물음과 함께 '1층에 와서 영화관이 어디있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노혜진 홍보팀장은 웃어 보였다.


지역 독립영화 제작 상영의 저변을 넓히다


오오극장은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은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한다. 대구경북영화영상사회적협동조합은 오오극장 외에도 대구영상미디어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연출을 배운 감독들이 만든 영화가 오오극장 스크린에 걸리고는 한다. 대구에서 제작되는 독립영화를 지속적으로 상영해 지역 독립영화 제작·상영을 위한 저변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을 실현 중인 셈이다.


"저희가 꿈 꾸는 건 인재들이 서울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래서 대구 지역의 감독, 창작자들끼리 끈끈해요. 지원이 적고 인원이 적다 보니 아무래도 본인들끼리 뭉칠 수 밖에 없기도 하고요. 대구는 지원이 너무 열악해요. 다른 지역은 지자체에서 공간이나 자원을 지원해 주기도 하는데, 대구는 그런 것이 없다 보니 우리끼리 최소한의 비용으로 꾸려나가고 있죠. 감독님들도 본인의 영화가 아니더라도 다른 작품의 촬영 감독으로 들어간다든지 품앗이 하면서 같이 영화를 만들죠. 그래서인지 대구 지역의 영화인들이 다른 곳에 비해 네트워크가 강하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독립영화관들과의 차별점과 있다면 오로지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시민들의 모금과 성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자부심과 책무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돈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관객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관객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돼 기획전을 만들기도 하고 GV 진행자가 되어보기도 하죠. 지역의 인재풀이 워낙 좁으니, 원하는 분들께 발판을 만들어드릴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도 있었죠."


최근에는 관객들이 영화 감상 모임을 하는 '오오프렌즈'도 전개하고 있다.


"관객들끼리 같이 영화 보고 모여서 감상을 나누는 모임이에요. 일단은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여러 가지 시도해 보고 있어요. 독립영화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려고 해요."


한국독립영화를 위한 응원의 마음을 담아


오오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한국독립영화를 우선으로 한다. 한국 독립영화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비중을 높게 뒀다.


"한국독립영화는 내용적으로 혐오, 차별 표현이 들어간 영화를 배제하고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거의 틀어드리고 있어요. 그렇게 허들이 높지 않죠. 나머지 30%는 해외예술영화 화제작이나 관객들의 요청이 들어온 영화를 선정해요. 동성아트홀이 없어진 이후에는 해외예술영화를 보고 싶다는 관객들의 요구가 오오극장으로 들어와요. 예술영화는 4~50대 이상도 있을 정도로 관객층이 넓더라고요. 한국독립영화는 주로 젊은 관객층이거든요. 개관할 때부터 이 곳을 찾아주시는 분도 있으신데 이분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예술영화관 관객처럼 함께 해주시겠죠?"


오오극장 마스코트 오우삼ⓒ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오오극장을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마스코트가 있다. 바로 오오극장을 지키는 고양이 '오우삼'이다. 2018년도부터 함께한 오우삼은 오오극장을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존재다.


"중국 오우삼 감독님과 이름이랑 똑같아요.(웃음) 길고양이였는데 사무실 창문에서 울어서 밥을 조금씩 주기 시작했는데 사무실 안으로, 매표소로 영역을 넓히면서 지금 우리의 마스코트가 됐어요.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요. GV를 들어가기도 해요.(웃음) 오우삼 굿즈도 만들고 있는데 꽤나 반응이 좋답니다. 밥값을 제대로 하고 있어요."


오오극장은 대구 시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만만한 극장'이 되는 것이 목표다. 독립영화를 매개로 대구 시민들에게 좋은 시간, 공간, 기억으로 남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처음부터 저희는 오오극장을 중심으로 영화와 문화를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오오프렌즈처럼 영화 감상 모임을 진행하기도 하고 전시도 하니 복합문화공간을 꿈 꾸고 있어요. 이와 함께 지역영화 문화를 확장하는 거죠. 그래서 이 곳은 문턱이 낮은, 만만한 극장으로 인식되고 싶어요. 무엇이든 보고 싶은 게 있다면 편하고 만만한 오오극장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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