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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사직 모두 거부한 전공의 4716명…정부 "내년 3월 복귀 불가"


입력 2024.07.22 02:45 수정 2024.07.22 02:45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정부 "이미 선택할 기회 많이 줘…더 이상의 관용은 없어"

사직처리 결과 정부에 통보않는 병원은 '전공의 TO 축소'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연합뉴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련병원의 사직처리가 진행된 상황에서 4716명의 전공의들은 복귀하지도, 사직을 요청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전공의의 3분의 1 수준으로 이들은 사직처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할수도 없는 처지다.

정부는 이탈 전공의에 대해 처벌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의료계가 요구하는 '이탈 전공의의 내년 3월 동일 전공·연차 복귀'는 고려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1일 연합뉴스 및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와 가을 전공의 모집인원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전체 전공의 1만3531명 중 56.5%인 7648명의 사직이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 중인 전공의는 17일 오전 11시 기준 1167명으로, 근무를 하지 않고 사직 처리도 안 된 전공의는 4716명이나 된다. 전체 전공의의 34.9%에 해당한다. 전공의들이 복귀와 사직 중 선택해달라는 수련병원 측의 연락을 피하거나, 수련병원 차원에서 사직처리 결과 통보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경우다.


전공의들은 2월 말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이탈한 이후 정부에 사직서를 수리해달라고 요청해왔으나, 정부가 면허정지 행정처분 철회 등의 조치와 함께 수리하겠다고 방침을 바꾼 뒤에는 사직서 수리를 거부해왔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전공의 복귀 촉구 게시물ⓒ연합뉴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가 아닌 '취소'하고, 사직 처리 시점을 6월 이후가 아닌 2월로 해달라는 것을 요구해왔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계속 버틸 경우 정부가 결국 기존 방침을 바꿔 '내년 3월 동일 전공·연차 복귀'를 허용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런 전공의들과 의료계의 주장에 일부 병원이 동의하기도 했다.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41개 병원은 사직처리 결과를 복지부에 제출하지 않으며 반기를 들었다. 또한 일부 의대 교수들은 하반기 지원하는 전공의들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이탈 전공의들을 내년에 그대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도, 사직도 안 한 채 '이탈 전공의'로 남게 된 것과 관련해 정부는 "처분 여부가 이미 정부의 손을 떠났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명령을 철회하고 처분하지 않기로 했으며, 사직자에게는 9월 복귀의 길까지 열어줬다"며 "사직을 허용했지만 수련병원이 사직 처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사직 여부 등 계약 관계는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일"이라고 말했다.


행정처분을 철회하겠다고 결단을 내린 상황에서 더는 줄 불이익도, 복귀나 사직으로 이끌 유인책도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사직 후) 9월 복귀자에 대해 어떤 배려를 할지 충분히 설명했고, 복귀·사직을 안 하면 어떤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지도 적극적으로 알렸다"며 "그간 밝혔던 대로 '내년 3월 동일 전공·연차 복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복귀와 사직을 모두 거부한 전공의들은 수련병원과의 계약이 종료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 취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더구나 이들 중 병역 미필자는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군 복무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의사들은 인턴 때 군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 경우 복무 기간이 짧은 일반병사가 아닌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등으로 군 복무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들뿐 아니라 사직 후 9월에 수련병원에 돌아오지 않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입대해야 하는데, 한해 군의관이나 공보의 선발 인원이 정해져 있는 만큼 입대 시기가 길게는 2년 넘게 늦춰질 수 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사직처리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41개 수련병원, 혹은 전공의 사직처리에 소극적인 수련병원에 대해 어떤 불이익을 줄지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일단은 당초 예고했던 대로 이탈 전공의에 비해 사직자가 지나치게 적거나, 사직 처리결과나 9월 모집 신청을 하지 않은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내년 3월 모집 때부터 전공의 정원(TO)을 축소할 방침이다. TO가 줄어들면 전공의들이 뒤늦게 복귀하려고 해도 돌아올 자리 자체가 적어질 수 있다.


비상진료로 병원에 투입하는 예비비나 건강보험 청구액 선지급 등의 혜택을 줄이거나, 연구개발 비용을 삭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전공의 이탈 사태를 마무리하며 비상진료체제 강화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의료계와 갈등만 키울 것이라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제재에 대해서는 신중한 분위기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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