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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본 먹튀" 동양·ABL생명 매각 '잡음'…"고객 보호 제대로"(종합)


입력 2024.07.24 14:28 수정 2024.07.24 14:53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노조 "금융당국 졸속 인가로 원인 제공"

"고용은 물론 각종 노사 합의 승계해야"

동양생명·ABL생명 사옥과 우리금융그룹 로고. ⓒ데일리안

우리금융그룹으로의 매각이 진행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내부에서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이 이른바 먹튀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 금융당국이 중국계 자본의 동양생명, ABL생명 인수를 졸속으로 승인한 게 이같은 상황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새로운 주인이 될 우리금융이 고객과 직원을 보호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동양·ABL 매각대책위)와 동양생명 노조, ABL생명 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양생명·ABL생명 제대로 된 매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양생명·ABL생명 제대로 된 매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데일리안 황현욱 기자

최근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내용의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실사에 착수했다.


우리금융은 현재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보험사를 갖고 있지 않다. 또한 그간 높은 은행 의존도에서 탈피하고자 비은행부문 진출을 서둘렀다. 지난 1분기 우리금융이 거둔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한 비중은 89.7%로 KB·신한·하나·NH농협금융을 포함한 5대 지주사의 평균 68.3%와 비교하면 높다.


현재 동양생명의 최대 주주는 중국 다자보험으로 지분 42.01%를 갖고 있으며, 2대 주주는 중국 안방그룹이 지분 33.33%를 보유하고 있다. ABL생명의 경우 중국 다자보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중국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1조1319억원에 인수했으며, 이듬해인 2016년에는 ABL생명을 헐값인 35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안방보험 총수가 부패혐의로 중국 당국에 구속되면서 중국 당국은 안방보험의 비상 경영을 위해 '다자보험그룹'을 설립했다. 이후 안방보험이 다자보험그룹에 흡수되면서 다자보험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로 남아있다.


중국 정부는 2021년부터 다자보험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민영화를 위해선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털어내야 한다. 그 때문에 항상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잠재적 매물로 항상 거론돼왔다. 이러한 점이 우리금융과 다자보험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만약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고, 합병하면 생명보험업계 순위는 지각변동이 전망된다. 두 보험사의 자산 합계만 5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은 각각 32조4402억원과 17조4707억원으로, 이를 합하면 49조9109억원이다.


합병시 ▲삼성생명(280조4704억원) ▲교보생명(116조799억원) ▲한화생명(113조6177억원)▲신한라이프생명(57조5952억원) ▲NH농협생명(53조8435억원)에 이어 생보업계 6위 타이틀을 거머쥔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동양생명 노조와 ABL생명 노조는 우려하고 있다. 우선 고용승계 문제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과거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 인수 당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권고사직부터 정리해고까지 진행한 바 있다. 김진건 ABL생명 노조지부장은 "지속적인 투자, 강력한 투자,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말은 대주주가 되는 인수자들이 수없이 하는 많은 약속 중 하나"라며 "알리안츠생명이 1997년 제일생명을 인수할 때도, 2016년 중국 안방보험이 ABL생명을 인수할 때도 수많은 약속을 했지만, 약속을 저버리고 떠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ABL생명은 그간 일방적으로 노조와 조합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례를 수 많이 봐왔다"라며 "이러한 희생이 또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같은 염려는 기우일 뿐이란 평가도 있다. 최근 보험사를 사들인 지주사들이 고용승계 약속을 지켜 왔기 때문이다.


2020년 하나금융지주는 더케이손해보험 인수 당시 노조 측과 합의가 있어야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고용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같은 해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 인수할 당시에도 푸르덴셜생명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포함시켰다. 신한생명도 오렌지라이프와 합병시 고용을 승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양·ABL 매각대책위는 "우리금융은 인수 완료 뒤에도 동양생명과 ABL생명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하고, 인수 완료 이전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과 각종 합의서에 대해 승계한다고 약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금융당국과 우리금융에게 고객 보호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냈다. 동양·ABL 매각대책위는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애초에 중국계 자본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할 때부터 중국계 자본이 과연 경영의지를 갖고 인수를 했는지 의구심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금융위는 당시 속전속결로 인가를 허용하면서 현재의 '먹튀'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라고 꼬집었다.


2016년 8월 안방보험은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뒤 4개월 만에 승인을 받았었다. 당시 졸속 승인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그들은 "보험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고객 보호 및 노동자들의 기본적 노동권과 고용 보장을 위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며 "보험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거나 고용 보장을 침해한다면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황현욱 기자 (w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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