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2조 넘게 증가
美-韓, 금리 인하 전망에
국고채 금리 연저점 근접
채권 평가손익 개선될 듯
지방은행들이 보유한 국채 규모가 최근 한 해 동안에만 2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9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정책금리가 조만간 인하될 것이란 전망에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채권 운용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iM뱅크(옛 DGB대구은행)·광주·전북 등 5개 지방은행이 보유한 국채 규모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8조89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2조176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부산은행이 2조1240억원으로 108.4%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광주은행(1조235억원·26.7%) ▲전북은행(3283억원·19.8%) ▲경남은행(2조4222억원·18.6%) ▲iM뱅크(3조10억원·9.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방은행들은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해 이자와 매매 차익을 노리고 국채 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 속 최근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금리가 하락하면 기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9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시장금리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하고, 전월 대비로는 0.1% 하락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3.1%)보다 낮은 수준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평가다.
과열됐던 미국의 고용시장도 진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0만6000명 늘었다. 이는 직전 12개월 평균 증가 폭인 22만명에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달 실업률도 4.1%로 전문가 전망치(4.0%)를 상회했다. 이에 미 연준이 하반기 세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미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93.6%로 나타났다.
국내 채권시장에도 이 같은 영향이 반영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3일 기준 연 3.087%로 연초 대비 0.158%포인트(p) 떨어졌다. 연중 최고치를 나타낸 지난 4월 29일(연 3.537%)과 비교하면 0.45%p나 하락한 수준이다. 이 밖에도 국채 5년물 금리는 연 3.112%, 10년물은 연 3.172%로 연고점(연 3.612%·연 3.690%)보다 각각 0.5%p, 0.518%p 내렸다.
한국은행도 오는 10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시장금리 하락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채권 평가손익도 개선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 5개 지방은행의 지난 1분기 누적 채권 평가손실은 약 27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약 1126억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했던 것에서 대규모 손실로 전환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 안정 추세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만큼,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