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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림의 악몽' 깨어난 듯…민주당, 한동훈 금의환향 총력 견제


입력 2024.07.25 05:30 수정 2024.07.25 05:3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민주당·조국혁신당, 한동훈 與 대표 취임

하루 만에 '韓 특검법' 법사위 상정 강행

韓 법무부 장관 시절 '일당백 트라우마'

상기한 듯…당내서도 "만만찮은 상대"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에게 휘둘렸던 전력과 '일당백' 전투력을 의식한 듯 '한동훈 특검법'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홀로' 뒤흔들었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귀환한 지 하루만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4일 '한동훈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해 한 대표 압박에 나섰다. 여당이 국회 교섭단체 간 협의 절차가 없던 점을 들어 안건 상정 자체를 문제 삼았지만,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회법상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안건을 상정하거나 표결에 부칠 수도 있다"며 "전체회의에 계류한 뒤 공청회 또는 청문회 개최 후 소위에 회부하겠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의 1호 법안인 한동훈 특검법은 한 대표가 검사와 법무부장관 시절 제기된 △고발사주 △자녀 논문 대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취소 소송 항소심 고의 패소 등의 의혹을 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혁신당이 1호 법안으로 내놓은 한동훈 특검법에 화력을 보태준 것"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 들어 야권이 민생보다 정쟁을 유발하는 특검법안을 쏟아내는 가운데, 한동훈 특검법을 속전속결로 법사위에 단독 상정한 이유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겪은 '한동훈 트라우마'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내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일컫는 정청래 법사위원장만 해도 지난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 대표와 맞붙다 웃음거리로 전락한 바 있다. 현재 그는 국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선택적으로 적용한다는 이유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7만명 이상의 '제명' 요구를 받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당시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검찰 수사, 김 여사 논문 표절·주가조작 사건 등을 놓고 국회가 대정부질문에 돌입한 지난해 2월 6일 정청래 의원은 한 장관을 불러내 김 여사의 각종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한 장관은 "이 대표 사안에 대해 물으면 (민주당도) 하나하나 말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박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2023년 2월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자 정 의원은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은 안 먹고 아주까리기름을 먹느냐. 왜 이렇게 깐죽대느냐"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이 비웃듯 민주당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 부분에 대해 내게 물어보실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답하자 국민의힘에선 폭소가, 민주당에선 고성이 터져나왔다.


한 장관을 향한 정 의원의 대정부질문 과정과 수준도 도마에 올랐다. 정 의원이 전날 친야(親野)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장관에게 어떤 질문을 하면 좋겠느냐. 댓글로 근거자료까지 올려주면 참고해서 질문하겠다"는 글을 게재하면서다. 일각에선 국회의원이 스스로 질문을 생각하지 않고 네티즌의 힘을 빌리고 있다는 조롱섞인 반응이 나왔다.


후임자 한 장관을 잡으려다 '되치기'를 당한 전임 장관도 있다. 지난 2022년 7월 25일 실시된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장관에게 공세를 퍼부었지만 역공만 맞았다. 박 의원은 "검찰총장이 2개월째 공석인데 전부 한 장관이 인사를 했다"며 검찰 인사권 문제를 지적하자, 한 장관은 "의원께서 장관이었을 때는 검찰총장을 패싱했다"며 "지금처럼 검찰 의견을 확실히 반영한 전례가 없다"고 반격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22년 7월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당황한 박 의원은 주제를 '이재명 수사'로 바꿔 경찰이 130회 이상 이 대표를 압수수색한 것은 과잉수사라고 주장하자, 한 장관은 "구체적 사항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남발하고 있진 않다"고 맞받아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전례를 근거 삼아 반격한 것이다.


이후 고민정·김병주·이해식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대정부 질문에 나섰으나 한 장관을 따로 불러내진 않았다. 한 장관의 '존재감'만 키워주는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에서다. 한 장관의 '일당백' 퍼포먼스에 민주당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상황이 이어지자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전례를 의식한 듯 당내에선 한 대표에 대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평가를 내놨다. 친명(친이재명)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처음에 한 전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취임했을 때 민주당에서는 '한나땡'(한동훈이 나오면 민주당에 땡큐)이라고 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회 다수당이 민주당이기 때문에 한 대표가 아무리 (민주당에) 각을 세운다고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당 입장에서도 일정 부분 민생에서 성과를 거둬야 하고, 야당도 특검·탄핵 이런 문제만 갖고 계속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 결국은 일정 부분 여야가 대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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