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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잘 소통할 것"…정봉주 1위 선전에 쏠리는 눈


입력 2024.07.26 05:10 수정 2024.07.26 05:10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유일한 '원외 인사'에도 초반 돌풍에

최고위원 경선 누적 득표율 20%대

4·10 총선 '목발 발언' 공천 취소 후

'동정표' '부채의식' 등 인식 이어져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20일 오후 제주한라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순회 합동연설회에서 19.06%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한 후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8·1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순회 경선에서 최고위원 후보 중 유일한 '원외' 정봉주 후보가 약진하자, 정 후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물론 정 후보에게 향하던 '불안한 시선'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다만 정 후보의 초반 돌풍과 관련해 공개적인 우려의 목소리보다는, 앞선 지역 순회 경선 결과에 '당위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목소리다.


25일 현재 정봉주 후보는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유일하게 누적투표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초반 돌풍을 이어갈 경우 정 후보가 수석최고위원에 등극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안팎에서 정 후보가 실제 수석최고위원이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운데 '강한 투사'의 이미지, 4·10 총선 과정에서 공천 취소가 됐던 것과 관련해선 '아까운 인재'란 여론 등이 맞물려 파죽지세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 후보가 과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활동을 하며 형성된 '팬덤'까지 초반 기세를 매섭게 올리는데 주효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 후보 스스로는 자신이 이번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변과 관련, 자신을 당의 '미운오리새끼' '아픈 손가락' 등에 빗대고 있다. 지난 23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정 후보는 "이번에 공천장을 뺏긴 것은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했는데, 그 바닥에 깔려 있던 것은 BBK 등으로 감옥도 가고"라는 경험을 소환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BBK 저격수'로 이름을 떨치는 등 당내 강성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4·10 총선 과정에서는 서울 강북을 후보로 나섰으나, 당이 공천을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 사과 논란이 배경으로, 정 후보는 2017년 자신의 유튜브에서 "DMZ에서 발목지뢰를 밟는 사람들에게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고 한 발언이 회자되면서 지탄을 받았다. 해명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으로도 문제가 됐다. 이와 함께 전 부인 폭행, 조계종 신도 폭행 등 불교계와 갈등, 동료 정치인을 향한 망언 등이 재조명됐다.


이에 당은 공천 취소를 결정했지만, 상황이 반전되면서 정 후보가 오히려 지도부로 입성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 후보를 향한 당원들의 부채의식과 동정표, 동시에 그의 투쟁력을 높이 산 것이 영향을 미쳤단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엔 "봉풍(정봉주바람)으로 한동훈을 잡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게시글에는 2002년 큰 화제를 모았던 대선 광고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통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부르는 영상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뵙고 왔다. 외로울 때마다 힘을 얻는다"고 하는 등 당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행보도 보였다.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90%대 누적 득표를 기록하며 연임 확률을 굳혀가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정 후보가 아닌 김민석 후보를 수석최고위원 적임자로 보고 지원하고 있지만, 친명(친이재명)계 내부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정봉주 후보 간 시너지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하는 기류도 포착되는 상황이다.


친명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당원들은 윤석열 정권이 국정 기조를 전혀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과 강하게 싸울 수 있는, 윤 정권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최고위원이 필요한 게 아닌가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라며 "정 후보가 굉장히 순발력도 있고 머리가 좋다. 상황 판단력이 굉장히 빠른 분이기 때문에 (이재명 전) 대표와 잘 소통하면서 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정 후보가 실제 수석최고위원이 됐을 때 '이재명 2기 지도부'가 곤란해지는 상황에 처할 것이란 우려도 공존한다.


우상호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SBS '정치쇼'에서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 지난번에 정봉주 후보를 공천을 줄 수 없었던 결정을 내린 지도부로서는 곤혹스럽다"라며 "그럼 그 (공천 취소) 결정에 대해 우리 당원들이 잘못했다고 판정을 내리는 것인지, 아니면 '그 결정은 옳았으나 불쌍하니까 이번에 지도부로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것인지가 애매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나아가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봉주 후보 입장에서는 만약에 1등 최고위원이 되면 '나 지난번 공천 안 준 거 잘못된 거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선거'에서 이겨야 진짜 승리
'텃밭' 호남 표심 따른 영향력보다
순위 지키기 위한 수도권 표 봐야
"지금까지 투표는 10% 채 안돼"


정 후보에 대한 경계심이 일각에선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이번 전당대회의 관전 포인트는 '정봉주 돌풍'이 계속될지 여부로 자리 잡았다.


민주당은 지난 주말 제주·인천·강원·대구·경북 5개 지역에서 순회 경선을 진행했다. 아직 12곳의 표심을 더 확인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 호남의 당심이 아직 반영되지 않은 만큼 '호남 순회 경선'에서 얻는 득표가 누가 수석최고위원이 될지를 결정지을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근래 호남 지역 출신 최고위원은 선출직보다는 '지명직'에 그쳤다. 이재명 1기 지도부에서도 송갑석 전 의원이 자력으로는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하고, 호남 지역 안배 몫으로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된 바 있다. 결국 최대 승부처는 전통적으로 강세 지역인 호남이 아닌 '수도권'이 될 것이란 기류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복수 정치권 관계자 사이에선 "수도권에 표가 가장 많은 만큼, 현재까지의 순위 반전을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이겨야 진짜 이기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호남 표심은 정 후보의 기세를 꺾어놓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정도의 의미에 그칠 개연성도 있다.


최고위원 후보인 이언주 의원은 25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권리당원들의 투표(반영)은 본격적인 것이 호남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그러니까 그전에는 권리당원 숫자가 그렇게 많지가 않고, 지금까지는 10%가 채 안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가장 많은 권리당원이 수도권에 있고 절반 가까이 되는데 마지막에 개표가 되기 때문에, 나는 호남에서부터 조정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며 "그래도 5위 안에 5명 정도는 큰 틀에서는 예상됐던 정도라고 생각이 된다. 다만 그 안에서 순위는 호남 가고 수도권 가면서 엎치락뒤치락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부적으로 8·18 전당대회는 27일 울산시당·부산시당·경남도당, 28일에는 충남·충북도당에서 각각 시·도당 합동연설회를 남겨두고 있다. 이어 8월 3일 전북도당, 8월 4일 광주시당·전남도당, 8월 10일 경기도당, 8월 11일 대전시당·세종시당, 8월 17일 서울시당 순으로 합동연설회를 연다.


민주당은 전국 순회를 마친 이튿날인 8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등 새 지도부를 확정한다. 민주당은 당대표·최고위원 경선에서 권리당원 56%,대의원14%, 일반 여론조사 30%를 반영한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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