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갈등 재점화…협상결렬시 전삼노 대표교섭 지위 '위태'
'삼성전자노조 동행'(이하 동행노조)이 파업 중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를 비판하고 나섰다.
노-노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전삼노가 내달 초까지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동행노조는 이날 사내 직원들에게 "기대했던 대표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강성 노조의 힘은 앞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며 전삼노를 비판했다.
동행노조는 "소통의 문을 닫아버린 회사와 서로의 이익만을 위하는 노동조합"이라며 "직원들만 서로 갈라지고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의 삼성전자지부(옛 DX지부)도 이날 "무기한 파업으로 인해 전삼노 조합원 및 직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전삼노의 무기한 파업이 원만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전삼노를 비롯해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의 삼성전자지부(5노조) 등이 있다. 전삼노를 제외하면 이들 모두 상급단체가 없는 독립된 기업별 노조다.
전삼노는 지난해 8월 사측과 임금 관련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대표교섭권을 확보했으며 내달 4일까지 이 지위를 보장받는다.
동행노조가 전삼노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내달 초 전삼노가 대표교섭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전삼노는 파업을 주도하기 어렵다. 또한 1개 노조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를 진행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노-노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 노조)는 지난 5월 전삼노의 파업 선언을 전후해 입장문을 내고 "전삼노 집행부는 사전에 조합원 동의 없이 상급단체(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조직화세력에 결탁했다"며 "민주적이고 자주성 있게 운영돼야 하는 노동조합 근간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노노갈등을 야기하는 전삼노의 행보는 삼성전자의 경영 회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기술 개발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TSMC를 하루라도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데, 오히려 회사 발목을 잡아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전삼노 집행부는 지난 23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8월 5일 변경사항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 기간 안에 (교섭을) 끝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삼노와 사측은 오는 29~31일 집중 교섭에 돌입할 예정이다. 전삼노는 대표교섭권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번 교섭에서 합의안 도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