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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속도조절' 하는데…삼성 SDI 최윤호, 공격 투자 '고? 스톱?'


입력 2024.07.29 11:56 수정 2024.07.29 13:47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최 사장, 지난 3월 투자 의지 드러내

"합작법인 확대, 단독공장 준비도"

최윤호 삼성SDI 사장이 지난 1일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54주년 창립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삼성SDI

국내 이차전지(배터리) 업계가 설비투자(CAPEX) 및 생산 목표치를 줄이는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현상이 길어지면서다. 업계는 올해 초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드러냈던 삼성SDI까지 속도조절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들은 투자 계획 수정을 공식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운영 효율성과 투자 유연성을 극대화해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전방 수요의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철저히 고려해서 신규 생산능력(CAPA)의 확장 속도 조절과 함께 필요 시에는 증설 규모를 축소하는 것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같은날 경영 계획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20% 이상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전년 대비 4~6% 성장을 예상했지만 목표치를 큰폭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납품하고 있는 LG화학 역시 속도조절을 공식화했다. 우선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4조원에서 3조원대로 낮췄다. 2026년까지 양극재 생산능력을 28만t까지 구축하겠다는 목표치도 20만t으로 줄였다.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공장과 모로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관련 투자는 순연키로 했으며, 일본 도레이와 추진하던 분리막 사업도 전면 재검토를 결정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생산 목표를 하향조정했다. 회사는 2026년 양극재 생산 목표를 연산 45만5000t에서 39만5000t으로, 음극재 생산 목표를 22만1000t에서 11만3000t으로 조정했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은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는 급변하는 외부환경 변화에 투자 시기 조정 등 세부적인 전술의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배터리 업계의 속도조절은 소비위축, 미국 대선 등 대외 환경이 전기차 캐즘을 장기화 시킨 데 따른 결과다. 이에 대한 여파는 투자 계획 수정을 선언한 기업들의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8% 감소했다. IRA에 따른 AMPC(생산세액공제)를 제외하면 적자다. LG화학은 에너지솔루션 부문과 첨단소재 부문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거뒀다. 포스코퓨처엠은 전년 대비 95% 하락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동화 전환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어, 전기차 캐즘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의 관심은 올해 초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드러내며 자신감을 내비췄던 삼성SDI로 향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르면 2025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황은 반등 후, 장기적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합작법인을 확대할 예정이고, 단독 공장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하며 공격적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최 사장은 당시 “지난해 설비투자를 4조3000억원 집행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삼성SDI의 올해 설비투자액을 6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역대 최대 설비투자액이다.


삼성SDI는 현재 GM과 합작법인을 통해 미국에 연간 생산능력 3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공장 건설을 진행 중이다. 합작 공장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와의 미 합작법인은 2025년과 2027년에 각각 가동 예정인 공장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지속되는 한파를 투자계획 수정 등으로 대응하고 나선 만큼 삼성SDI 역시 기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업계의 투자 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외부 환경이 워낙 급변하고 있으니 삼성SDI 역시 보수적인 자세로 위기에 대응하고자 투자 계획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SDI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번 대외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세운 중장기적 계획에 따라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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