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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 전매특허 코미디 연기의 모든 것 '파일럿' [볼 만해?]


입력 2024.07.30 16:13 수정 2024.07.30 16:1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어떤 코미디를 기대했든, 조정석의 '원맨쇼'는 가치가 있다. '파일럿'에서 조정석은 '여장남자'란 소재로 자신을 내려놓고 전매특허 연기로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자칫 여장남자 캐릭터를 희화화해 벌어질 수 있는 상황과 성차별 메시지를 가볍지 않게 그렸다.



영화는 우수한 비행 실력이 준수한 외모까지 갖춘 스타 파일럿 한정우(조정석 분)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모습으로 유쾌하게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은 한정우를 알아보고 동경한다. 한정우 역시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즐기며 취해 있다. 그러나 회식에서 여성 승무원을 꽃다발로 표현한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한정우의 삶을 흔들리기 시작한다.여성에게 예쁘다는 칭찬으로 "꽃다발 같다"라는 표현이 왜 자신이 추락해야 할 이유인지 모르지만, 한정우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


동생 한정미(한선화 분)의 이름을 빌려 여장을 한 채 항공사에 취업한다. '고작 말실수' 하나로 인생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생각한 한정우는 자신이 '꽃다발'이 되어서야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고충을 알게 된다.


한정미로 살아가며 친해진 윤슬기(이주명 분)과의 관계도 로맨스가 아닌 동료 의식으로 묶이면서 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지점을 경계했다.


영화에서 한정우가 겪는 상황은 대체로 말이 되지 않으나, 조정석이 연기력 하나로 설득력을 만들어 낸다.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엑시트'의 용남을 통해 코미디 연기에 믿음을 줬던 조정석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영화 속 상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조정석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어우러지며 속절없이 웃음이 터진다.


김한결 감독은 '파일럿'을 통해 한국 사회 속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별 구조가 자리하고 있음을 복잡하지 않고 쉽고 담백하게 설명하고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긴 호흡보다는 숏폼처럼 신의 호흡을 짧게 끊어 마치 한 편의 예능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최근 트렌드를 영화에 접목해 지루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치고 나가려는 김한결 감독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러나 영화 초반부터 밀어붙이던 메시지가 후반부 가족애로 갈래가 뻗어나가면서 힘과 방향성을 잃는다는 것이 '파일럿'의 단 하나 약점이다. 개봉 31일. 러닝타임 111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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