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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이어 K-배터리까지 ‘건식공정’ 뛰어든 이유는?


입력 2024.08.05 06:00 수정 2024.08.05 06:00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최대 30% 비용 절감 가능

"中과 가격 경쟁할 수 있는 핵심 공법"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이차전지(배터리) 업계에 '건식 전극 공정'이 화두다. 보편화된 ‘습식’ 공정보다 생산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저가 전략을 앞세우는 중국 기업들에 맞설 핵심 공정으로 평가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은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까지 최근 건식 전극을 통한 공정 혁신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업계가 건식 전극 공정에 주목하는 것은 해당 기술이 전기차용 배터리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아서다. 건식 전극은 기존 전력 소비량의 30%, 제조 비용의 17~30%를 절감할 수 있는 공정으로 평가된다.


현재 보편화된 배터리 전극 제조는 '습식' 공정을 사용한다. 습식 공정은 양극·음극에 액체 상태인 화학물질을 투입하고 이를 200도 이상 고온에서 건조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전력이 소비된다. 반면, 건식 공정은 고체 파우더를 활용해 고열 작업이 필요하지 않아 설비 및 공정 비용을 대폭 낮추면서 제조 시간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기술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이 난항을 겪고 있다. 테슬라가 4680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며 건식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4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건식 공정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건식 공정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관련 기술에 가장 앞선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파악된다. 연일 공정 개발 현황을 알리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CTO(최고기술책임자) 지난 1일 자사 뉴스레터를 통해 "2025년 고전압 미드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양산, 2028년에는 건식공정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관련 기술 개발 현황을 알렸다.


김 CTO는 "LG에너지솔루션은 건식 전극 기술의 연구 단계를 넘어 파일럿 공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빠르면 2028년에 이 공정을 도입한 제품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달 4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올해 4분기 배터리 건식 전극 공정을 위한 시험용 공장을 완공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 공정에 접목할 것”이라고 말하며 건식 공정의 상용화 시점을 최초로 밝힌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에도 건식 공정을 적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SNE 배터리 데이 2024’에서 정근창 LG에너지솔루션 미래기술센터 부사장은 "건식 전극 공정을 활용한 개발 단에선 가장 앞선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높은 이온 전도도를 가진 조성물을 갖고 있고, 독자적인 나노 코팅으로 양극재를 보호하는 기술로 저항을 줄이고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당히 어려움이 많지만 구현이 되면 중국산 배터리와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전에 있는 기술연구원에서 전극 건식 공정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2에 새로 짓고 있는 OC10건물에 건식 전극 생산을 위한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삼성SDI와 SK온도 관련 기술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달 1일 54주년 창립기념식에서 "2030년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확실히 확보하자"며 "전고체, 건식극판 등 배터리 신기종·신기술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온은 미국 배터리 제조 장비 업체 '사쿠우(Sakuu)'와 공동개발계약(JDA)를 맺고 건식전극공정용 장비 개발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관련 기술 분야에서 아직 뚜렷한 선두 기업이 없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테슬라가 저렴한 원통형 배터리에 건식공정을 적용해 획기적인 가격 인하를 계획한 것"이라면서 "테슬라가 올해 안에 뚜렷한 성과를 내고 싶어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 역시 R&D 투자에 망설이면 안된다"고 말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의 가격을 저렴하게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셀 기업들이 건식공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시장 규모 확장이 확실한 상황에서 아직 선두기업이 없기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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