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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에도 ‘사랑해’ 해시태그 응원…아티스트 망치는 맹목적 팬심 [D:이슈]


입력 2024.08.09 08:35 수정 2024.08.09 08:3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민윤기 고맙고 사랑해” “아미들은 항상 윤기와 함께 있어”


지난 6일,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서울 용산구 노상에서 음주 상태로 전동 스쿠터를 타다가 다음날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되자 일부 팬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슈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빅히트뮤직

슈가와 소속사인 빅히트뮤직은 두 차례에 걸쳐 사실을 인정, 사과했고 팬들 역시 현재 대체복무 중인 슈가의 상황을 들어 바르지 못한 처사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슈가는 지난 3월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충남 논산 훈련소에 입소했고,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하지만 일부 팬들 사이에선 ‘민윤기 고맙고 사랑해’ ‘아미들은 항상 윤기와 함께 있어’ 등의 해시태그 총공을 벌이면서 응원을 쏟아내는 중이다. 해당 해시태그는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속사는 이를 두고 “지난해 8월6일 마무리된 슈가의 ‘디데이’ 콘서트 투어의 종료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일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슈가의 개인 SNS에도 “앞으로는 잘 될 거야” “항상 당신 곁에 있을 거야” 등 응원 글이 이어지고 있고, “살면서 할 수 있는 실수”라며 감싸기에 들어갔다.


사건의 경중은 다르지만, 최근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 역시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맹목적인 팬덤의 옹호글이 이어지면서 크게 질타를 맞기도 했다. 당시 KBS가 김호중의 방송 출연 정지 결정을 내리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에 반발해 김호중의 선처를 요구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천재적인 재능을 아깝게 여겨 그가 자숙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법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사회는 한 번은 보듬고 안아줘야 하는 관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팬들은 음주운전 사건이 알려진 후 거짓말을 하는 김호중을 두둔하며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었고, 그가 처음으로 혐의를 인정했을 때에는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다” “술 한잔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용서해 달라” “응원한다” “지켜주겠다”는 황당하고 비뚤어진 논리와 응원으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구속 재판 중인 김호중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가 하루에도 수십건 이상 이어졌다.


맹목적 팬덤은 가수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미용 시술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181차례에 걸쳐 프로포폴·미다졸라·케타민·레미마졸람 등 총 4종의 의료용 마약류를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을 향한 탄원서도 공판 때마다 등장한다. 유아인의 SNS에도 “괜찮아요, 사랑해요” “누구나 힘든 시간과 실수는 있다. 잘 극복해서 복귀하길 기다린다” 등의 응원 댓글이 올려왔다.


과거에 비해 맹목적 팬덤 문화가 위축되긴 했으나 여전히 일부 강성 팬덤의 어긋난 팬심도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올바른 팬심은 아티스트 성장의 동력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아티스트의 성장 자체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김호중이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공연을 강행하면서 수익 활동을 하는 것도 팬들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는 비판이 컸다.


더구나 명백한 ‘범죄’ 행위를 옹호함으로써 아티스트에 대한 여론 역시 악화된다. 현재 슈가의 음주운전 역시 명백한 범법 행위임에도 맹목적인 응원이 이어지자 같은 해시태그를 달고, 그를 조롱하는 글도 다수 올라오고 있다. 결국 어떤 면에서든 맹목적인 강성 팬덤 문화는 아티스트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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