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벤츠 전기차 화재, '과충전의 결백' 보여주는 반증"


입력 2024.08.18 16:53 수정 2024.08.18 16:5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윤원섭 성균관대 교수 "과충전보다 배터리 셀, BMS 결함이 화재 원인"

"충전 용량‧속도도 화재 위험과 연관 있지만 '지배적 요인' 아냐"

"전기차 지하주차장 진입 저지는 마녀사냥…어떻게 진화하는지가 중요"

"전기차 화재 진화, 내연기관차에 비해 어렵지 않아"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가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화재 원인을 과충전으로 단정 짓는 여론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배터리 전문가인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최근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충전 깊이(충전율)와 화재는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지배적인 원인은 아니다”면서 “100% 충전이라는 게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벤츠 화재 사고 원인에 대해 “추정을 해 보면, 만일 충전 깊이가 그렇게 중요하고 충전 꽂아 놓는 게 중요하다면 그런 화재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물론 충전기가 꼽혀져 있는 경우에 화재가 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번 벤츠 사고는 그것(충전) 때문이 아니라는 걸 반증하는 얘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결국은 셀의 내부 결함이 가장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제조사마다 다 기술력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결함이라고 하는 건 만들어낸 제품의 퀄리티가 모두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그 밑단에 있는 것(품질이 떨어지는 것)들은 사용자가 사용하다 보면 조금씩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자동차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서 초동 조치를 할 상황이 되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사가 셀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수많은 생산제품 간의 품질 편차는 날 수밖에 없고, 그 중에 품질이 떨어지는 셀은 외부 충격 등으로 손상이 누적되면 문제가 생기는 게 불가피한데, BMS를 통해 화재 발생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외부 충격 등이 누적되면 불안정한 부분들은 조금씩 더 열화될 것이고 그게 (BMS에) 기록이 될 것”이라며 “그게 화재가 날 정도가 되면 (사전에) 신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사고였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했다.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학과 교수. ⓒ연합뉴스

윤 교수는 전기차 제조사들이 애초에 출고시부터 배터리 충전 용량의 일부를 ‘안전 마진’으로 설정해 과충전을 제한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제조사가 발표하는 배터리 용량은 안전 마진을 고려해서 나온 수치”라며 “실제 셀 용량, 셀 메이커에서 만들어놓은 용량이 100이라고 하면 실제로 충전은 90이나 95까지 (최대 충전 허용량이)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 마진은 이미 상당히 확보돼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 등 지자체가 전기차 충전을 90%로 제한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윤 교수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그는 “100% 충전이냐, 90% 충전이냐와 무관하게 화재가 날 상황이 되면 똑같이 화재가 난다”면서 “다만 100% 충전돼 있을 경우 에너지가 더 많으니 쏟아내는 에너지도 더 많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화재 발생은 충전의 깊이(충전량)이 아닌, 셀의 내부 결함, 그리고 그 결함을 컨트롤하는 BMS와 연관돼 있다는 게 윤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윤 교수는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돼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서도 “배터리 셀 제조회사는 당연히 공개돼야 하고, 여기에 셀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원료, LFP(리튬인산철) 혹은 NCM(니켈·코발트·망간)이 들어가 있는지, NCM이라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원료가 조성됐는지, 실리콘이 들어가 있는지 등이 어느 정도는 밝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터리 회사나 자동차 회사에서는 기술적 부분들이 있으니 밝히기 꺼려하는 입장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이용자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고,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당연히 어느 정도는 공개가 돼야 하고, 해당 회사의 이력도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중국 회사의 배터리라고 무조건 기술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면서도 “중국에도 회사가 여러 개가 있는데, 그동안의 사고 이력 등이 있을거고, 그런 부분에서 안전성이 검증되고 기술력이 담보된 회사냐 아니냐의 차이는 당연히 있다”고 했다.


급속충전과 완속충전의 화재 발생률 차이에 대해서는 “15분 만에 80%까지 충전하는 식의 (급속충전) 속도는 안전 마진이 담보된 상태에서 제대로 검증된 설계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이걸 가지고 설계 이상의 빠른 속도로 충전하면 위험하겠지만, 그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의 깊이와 마찬가지로 충전의 속도가 화재 위험성과 연관이 없진 않지만, 그게 화재의 ‘지배적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13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2동 행정복지센터 옆 주차장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화재 대응 민·관 합동 교육'에서 소방대원들이 전기차 수조를 전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교수는 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막는 등 전기차 기피 현상이 발생하는 데 대해 ‘과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충전 깊이와 화재 간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은 마녀사냥의 느낌이 좀 있다”며 “자동차 화재는 언제든 날 수 있고, 그 화재를 어떻게 끄느냐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진화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인력과 장비도 더 많이 소요되는 등 대처가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윤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저도 초창기에는 그런 생각을 했던 부분이 있지만, 최근 언론 보도나 소방 당국의 발표들 보면 충분히 내연기관차에 비해서도 어렵지 않다고들 한다”면서 “아마 처음에는 전기차 화재에 대해서 정확하게 프로토콜을 이해 못 했을 수가 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제어 가능한 상황이 된 것 같다. 전기차도 내연기관차와 다름없이 소방에서 제어가 가능하니 어느 쪽이 더 위험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