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맣다고 놀리지 마세요…실속 있는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면허 2년차 시승기]

입력 2024.08.22 08:30 수정 2024.08.22 08:30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소형차임에도 편안한 주행감과 높은 정숙성

작은 차체에 골목길·주차 시 수월

초보운전자에게 적합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까지

캐스퍼 일렉트릭 전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동그랗게 크게 뜬 눈에 자그마한 체구. 처음 마주한 현대자동차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은 어린아이의 장난감 자동차를 연상케 했다. 리어도어 핸들부에 새겨진 로봇 표정의 배지를 보니 한층 더 장난스러운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경기도 고양시부터 파주시까지 약 60km가량을 왕복하며 직접 주행해보니 그 성능은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됐다.

캐스퍼 일렉트릭 측면.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소형차는 운전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크게 잡혀 있던 편견은 ‘소형차는 승차감이 떨어질 것’이었다. 거기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장난감차 같은 첫인상까지 큰 기대감이 없었다.

노면에서 오는 진동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하게 거친 노면의 느낌을 사포로 간 것처럼 뭉글뭉글하게 전달한다고 느껴졌다. 물론 소형차로서의 물리적인 한계도 있었다. 도로의 얕은 틈을 지나갈 때도 머리가 헤드레스트에 가볍게 부딪혔다.

처음 탄 차량임에도 몇 년간 탔던 차량처럼 안정감이 느껴졌다. 콤팩트한 크기가 주는 안정감으로 운전이 매우 수월했다. 초보운전자로서 그간 매번 새로운 차를 시승할 때 가장 곤란했던 점은 ‘차폭감을 익히기 어렵다’였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은 좁은 골목을 지날 때에도, 주차할 때도 어떤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캐스퍼 일렉트릭 앞좌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콤팩트한 크기에도 실내 공간의 효율성은 놓치지 않았다. 칼럼식 변속 레버로 앞좌석 공간도 여유롭게 느껴졌다. 현대차가 실내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mm단위로 연구개발했다는 설명은 뒷좌석에 더욱 잘 들어맞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크기는 전장 3825mm, 전폭 1610mm, 전고 1575mm 등이다. 기존 캐스퍼보다 휠베이스를 180mm 늘리고, 트렁크부 길이도 100mm 늘려 기존 233ℓ 대비 47ℓ가 늘어난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주행성능도 기대 이상이었다. 기어를 변속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니 생각보다 부드럽고 빠르게 치고 나갔다. 전기차 특유의 꿀렁거림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정숙성도 높은 점수를 줄만 했다. 고속도로 위에서도 에어컨 소리 말고는 잘 들리지 않았다. 에어컨마저 끄자 외부 소음이 약간 들릴 정도였다.

캐스퍼 일렉트릭 내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현대차가 캐스퍼 일렉트릭에 처음 적용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 기술을 조수석에서 체험해보기도 했다. PMSA는 전·후방에 장애물이 감지된 상황에서 운전자가 악셀 페달을 급하게 작동하는 경우 운전자의 페달 오인으로 판단해 출력 제한 혹은 긴급 제동을 통해 사고를 예방해준다.

정차 상태에서 1m 이내에 장애물을 두고 0.25초 내로 100% 가속 페달을 밟자 차는 즉각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구배(지면 기울기)가 25도 이하, 조향각 430도 이하의 조건까지 맞아야 작동하기 때문에 일반 주행 시에는 방해되지 않았다.

캐스퍼 일렉트릭 뒷좌석.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NCM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315km다. 30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지만, 장거리 주행보다는 일상적인 출퇴근 용도로 더욱 적합할 듯 하다.

가격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나왔다. 캐스퍼 일렉트릭 인스퍼레이션 모델의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 3150만원이며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적용하면 2990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2000만원 초중반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