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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안 팔리는 ‘K장류’ 해외선 인기…현지화‧간편화 전략 지속


입력 2024.08.22 07:32 수정 2024.08.22 07:32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1인가구 증가 소비패턴 변화, 국내 시장 위축

해외선 반대 행보…K푸드 유행에 인식도 전환

식품기업, 투자지속…“제품 용기‧레시피 변형도”

영국 oseyo 마트에 진열된 청정원 고추장 제품의 모습.ⓒ대상그룹

1인가구가 증가하고 소비패턴이 다양해지면서 한식을 만드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한국 전통 장류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비빔밥과 떡볶이 같은 K푸드가 세계 전역에 인기를 끌면서 수요가 폭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추장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6192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8% 성장한 수치로, 2020년 처음으로 5000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3년 새 다시 6000만 달러 선으로 한 계단 올라섰다.


이 같은 수출 호재에는 미국 시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고추장의 수출 국가별 순위로는 미국이 가장 큰 211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8%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도 고추장 수출은 순항 중이다.


고추장 수출이 반등을 보인 배경에는 K-푸드의 세계적인 유행이 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아이돌그룹 등이 인기를 얻으며 한국 식문화와 식품·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식품박람회나 매스컴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면서 장류에 대한 인식 역시 친근하게 바뀌었다.


기업들은 발효과학 건강식품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장류 제품의 인기에 발맞춰 세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과 패키지 디자인 등 현지화 전략으로 각국 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서양인들도 익숙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포장 방법을 개발‧적용해 출시하는 한편 장류 제품의 편리성을 높이고, 다양한 국가의 식재료와 장을 활용한 조리 레시피를 개발해 세계 사람들이 즐겁게 우리 장을 찾도록 만드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글로벌 소스 시장을 겨냥해 고추장, 된장 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동시에 디지털시대 흐름에 맞춰 SNS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우리의 장을 알릴 수 있는 지속적인 홍보활동도 이어 나가고 있다.


샘표 수출용 유기농 고추장ⓒ샘표

샘표식품은 오래전부터 해외 진출을 위해 투자를 지속했다. 2000년에 샘표푸드서비스(SFS)를 설립해 미국 내 유통망을 확보했다. 샘표식품은 '우리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라는 핵심가치 실현을 위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샘표는 유럽에서 세계 최초 요리과학연구소 알리시아와 장의 활용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해 고추장의 매운맛은 줄이고, 짠맛은 낮췄다. 또 유기농·글루텐프리 제품으로도 개발했다. 샘표의 고추장 매출은 연평균 25%씩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약 60여 개에 수출하고 있는데 그중 미국 시장이 가장 크다. 제일제당은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춰 고추장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하고, 현지 식문화에 따라 기존 요리용 고추장 외에 디핑소스 형태의 제품 출시하는 등 현지화 제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상은 김치와 김에 이어 소스를 글로벌 4대 전략 제품으로 낙점했다. 지난해 미국, 중국 등 40여개 국가에 소스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액(약 580억원)은 2018년(약 320억원)보다 77% 성장했다. 걸쭉한 고추장은 서구 식단에 맞춰 농도를 묽게 하고, 용기를 튜브형으로 바꿨다.


국내 전통 장류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자 최근 미국, 영국 등에서는 현지 PB상품으로 고추장 등이 출시되고 있기도 하다. 인도계 영국 식품기업 ‘수리야 푸드’는 2021년 선희(Sun hee)라는 브랜드로 고추장, 된장, 김치 등을 제조해 테스코에 납품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 바이어 발굴 등 수출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수출 바우처 등 지원 정책을 검토 중이다. KOTRA는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실무 컨설팅과 현지 주요 유통채널 입점에 도움을 주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류가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는 추세고, 실제로 북미나 유럽에 한국 식당이 많이 늘어났다”며 “외식에서 한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집에서 요리할 때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전통장류가 인기 있는 이유로 불닭볶음면과 같은 매운맛 트렌드로 빼놓을 수 없다”며 “고추장이 매운맛을 내면서도 풍미를 높이기 때문에 내수용 고추장, 현지화 고추장, 고추장을 활용한 소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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