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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반토막 났다"…'강남역 의대생 살인' 피해자 父, 엄벌 호소


입력 2024.08.22 09:00 수정 2024.08.22 09:00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피고인, 5월 여자친구와 혼인무효 소송으로 갈등 빚다 강남역 인근서 숨지게 한 혐의

피해자 측 "피고인, 내가 회사 운영하고 있는 사실 알고 도움 받으려 딸 혼인으로 구속"

"범행 시나리오까지 치밀한 계획 세우고 세뇌시켜…막막한 길고 긴 터널에 갇힌 느낌"

강남역 인근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의대생 최모씨가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는 모습.ⓒ뉴시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와 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수십 회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의대생의 1심 두 번째 공판에서 피해자의 아버지가 증인으로 출석해 엄벌을 호소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전날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25)씨의 1심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자인 A씨의 아버지와 최씨의 어머니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의 아버지는 증인신문 말미에 "재판장님께 꼭 전해드리고 싶은 한 가지 사실이 있어 법정에 섰다"며 "최씨는 사회에 다시 구성원으로 돌아와서는 안 되는 중범죄자"라며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혼인신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저와 제 처가 혼인이 무효라고 화낸 일이 있다"며 "최씨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혼인신고 사실을 말한 딸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씨는 의대를 졸업하고 병원 운영을 위해 건물이 필요했고 제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제 도움을 받기 위해 딸을 혼인으로 구속시켜뒀다"며 "이후 시나리오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세뇌시켜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잔인하게 살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삶은 반토막이 났고 단 하루도 평온하게 지낼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고통의 시간에 끝이 있긴 한 것인지 막막한 길고 긴 터널에 갇힌 상황"이라며 울먹였다.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 최모 씨.ⓒ연합뉴스

나아가 "만에 하나라도 피고인이 돌아오는 일이 생기면 저와 제 가족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기에 앞장서 막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돌이킬 수 없지만 소중한 보물이었던 제 딸아이를 먼저 떠나 보낸 못난 아버지의 긴 호소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오열했다.


최씨의 어머니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의 어머니는 "범행 당일 피고인이 나갈 때 잡아두지 못한 것을 후회하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계속 말리다가 둘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좋게 얘기할거라고 해서 제가 데려다줬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을 모두 마치고 피고인에 대한 정신 감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5월6일 여자친구 A씨와 결별 등 문제로 갈등을 빚다 인근 건물 옥상으로 데리고 가 목과 얼굴 부분을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최씨와 중학교 동창인 A씨는 지난 2월 교제를 시작해 두 달 후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혼인신고 사실을 안 피해자 부모가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반대하면서 이들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최씨는 지난 5월 피해자에게 연락해 만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A씨를 만나기 전에 살해하기로 계획하고 미리 흉기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에 관한 심리 분석 등을 실시한 결과 '폭력 범죄 재범 위험성 평가(KORAS-G)'는 높은 수준이었지만, '사이코패스 평정 척도(PCL-R)'는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에 못 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씨에 관한 수사를 이어오던 서울 서초경찰서가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씨의 다음 공판은 10월7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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