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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연속 역사' 역대 최장 금리 동결…집값·가계 빚에 '발목'


입력 2024.08.22 16:07 수정 2024.08.22 17:12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1년 7개월째 3.50% 유지

들썩이는 집값 부담 요인

인하 단행 시기상조 판단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묶으면서 역대 최장 기간 동결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다시 한 번 경신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고 가계대출이 불어나는 와중 금리를 내리는 건 시기상조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3.50%인 현재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3차례 연속 동결로, 미국(5.25~5.50%)과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2%포인트(p)가 유지됐다.


이는 한은 설립 이래 횟수, 기간 모두 역대 최장 동결 기록이다. 3.50%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 13일부터 이날까지 약 1년 7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다음 금통위 시점이 10월인 점을 고려하면 약 1년 9개월 간 유지될 예정이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6명 모두 전원일치로 결정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다만 금통위원 중 4명은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금통위는 불안한 부동산·금융시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는 한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도 잘 드러났다. 금통위 의결문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목표치에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커지면서 물가만 봤을 땐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내수의 경우 회복이 더디고, 차별화되고 있지만 내수의 경우 시간을 두고 대응할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 등 현재의 금융안정은 지금 막기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고 금통위원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안정 목표가 워낙 중요하다”며 “전체적인 한국 경제를 볼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걸 그냥 두는 건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통화정책은 운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금통위원들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영끌족’에 대해서도 거듭 경고했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가능성이 커졌고 금융위원장도 명시적으로 추가 대책을 통해 부동산 가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며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통화정책 운용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은 정부의 몫이라면서 “정책 금융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대출해야 할 양이 늘어나는 위험이 이미 현실화했다고 보고 있다”며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에 비하면 현실적”이라며 “국회를 통해 공급정책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제성장과 관련해선 내수 부진이 깊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5%)보다 소폭 낮춘 2.4%로 제시했다. 이는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수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수가 부진한 결과다.


다만 이 총재는 수출 호조세가 하반기엔 내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그간 수출이 빠르게 오른데는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출 증가 효과가 컸지만 상반기에는 물량이 늘면서 하반기엔 내수로 연결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떨어지는 것은 인구와 관련된 구조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는데 금리를 낮추더라도 소비 증가에는 제약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금통위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지난 7월과 달리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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