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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와 2Q 점유율 격차 49%p…삼성 파운드리 생존 해법은


입력 2024.08.27 11:28 수정 2024.08.27 16:09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TSMC-삼성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 올 상반기 49%p

TSMC 견제·인텔 도전 속 '큰 손' 유치가 삼성 파운드리 과제

삼성만이 할 수 있는 턴키 서비스로 고객사 넓힐지 관심

6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amsung Foundry Forum 2024)'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라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가 흔들림없는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후발주자 인텔도 초미세 공정 도입으로 새로운 점유율 싸움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살아남으려면 경쟁사들의 견제와 도전을 물리치는 동시에 업계 '큰 손'까지 유치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내야만 한다. 복잡해지는 셈법 속 삼성이 내놓은 '2·4나노 공정 로드맵 확대·턴키 서비스'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1~6위까지 파운드리업체들은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동일한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1위인 대만 TSMC는 62%를 기록, 2위 삼성전자(13%)를 49%p 차이로 물리쳤다. 중국 SMIC와 대만 UMC는 각각 6%로 나란히 3위와 4위를 나타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산업 매출은 전분기 대비 9%,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했다"면서 "이 성장은 강력한 AI(인공지능) 수요에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TSMC의 인기는 더욱 치솟고 있다. 높은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비롯해 탄탄한 반도체 후공정·디자인 생태계를 갖춘 점 등이 TSMC의 '롱런' 이유로 꼽힌다.


애플, 엔비디아, 미디어텍, 퀄컴 등등 내로라 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들은 모두 TSMC를 통해 AI칩을 생산한다.


TSMC는 엔비디아 등 팹리스업체 의뢰로 GPU를 만들고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사로부터 HBM을 받아 최종 결합하는 패키징을 하고 있는데, 오랜 기간 축적해온 반도체 기술과 고객사 노하우를 통해 글로벌 톱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팹리스가 설계·개발을 뛰어나게 잘하고 HBM 제조사가 HBM 개발·제조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최종적으로 AI 가속기를 조립·제조하는 곳은 파운드리다. 파운드리 제조 역량에 AI 가속기 운명이 달려있는 셈이다.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TSMC는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20% 초중반에서 20% 중반으로 상향 조정했다. 또한 당분간 AI 가속기 수급이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 내년 패키징 기술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생산능력을 최소 2배로 늘리기로 했다.


가격도 올린다.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5㎚ 공정 제품 가격을 내년 많게는 8%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삼성, 인텔과 같은 첨단 파운드리 경쟁사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제조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어지간한 배짱없이는 힘들다. 그럼에도 AI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팹리스들은 일부 부담을 안고서라도 TSMC와 손을 잡으려고 한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순위ⓒ카운터포인트리서

후발주자 인텔의 경우, 빠르게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연말까지 18A(옹스트롬, 1.8nm급) 제조 준비를 완료하고 2027년까지 1.4nm 초미세 공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TSMC, 삼성의 파운드리 로드맵 보다 빠르다.


특히 인텔은 첨단 EUV(극자외선) 장비 확보로 2nm 반도체 승부에 나섰다. ASML의 High NA EUV 노광장비 선점에 성공함으로써 첨단 반도체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팻 겔싱어 CEO는 4월 가진 웨비나에서 자사의 18A(옹스트롬, 1.8nm급)와 관련해 연말 제조 준비를 완료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5개 외부 고객사를 보유한 상태라고도 강조했다.


옴스트롬은 100억 분의 1m로, 기존 초정밀 반도체 공정인 nm보다 더 세밀한 단위의 표기다. nm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은 줄고 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은 3nm이며, 이르면 연말부터 2nm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업체가 되겠다"면서 "외부 고객으로부터 연간 150억 달러(약 20조2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TSMC의 견제와 인텔의 도전 속 삼성전자의 해법은 선단 공정 속도전, 대형고객 수주 전략으로 해석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2·4나노 공정 로드맵 확대·턴키 서비스'로 대표되는 파운드리 전략을 공개했다. 시장 주류로 자리잡을 2나노 이하 공정 고도화와 턴키 서비스로 글로벌 팹리스를 직접 겨냥할 전망이다.


이는 당분간 파운드리 주류 시장이 3나노 이하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 2·4나노 로드맵 선택지를 넓힘으로써 잠재 고객사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과도한 1나노 경쟁을 벌이다 자칫 수율을 놓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인텔 1분기 실적ⓒ인텔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6년까지 3나노 이하 연평균 성장률은 65.3%로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률 12.9%의 5배 이상이다. 3나노 이하가 파운드리 시장을 주도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간 연계로 생산 효율화를 어필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통합 AI 솔루션을 활용하는 팹리스 고객이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지 업체를 각각 사용할 경우 대비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파운드리 전략은 4년 내 고객사 4배 확대, 매출 9배 확대라는 결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송태중 삼성전자 상무는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AI/HPC(고성능컴퓨팅) 응용처 수주를 지속 확대할 예정으로 2023년 대비 2028년까지 AI/HPC 응용처향 고객수를 4배, 매출을 9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단 공정서 요구되는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High Bandwidth)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2나노 공정 성숙도를 향상하고 추가 경쟁력 개선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타이완 신주공업단지 내 위치한 TSMC 본사 전경.ⓒTSMC

중화권 파운드리업체의 약진은 부담이나 이들이 레거시(범용)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는 만큼 첨단 파운드리 경쟁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 SMIC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5위였으나 중국 내수 수요에 힘입어 올해 들어 3위로 올라섰다.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은 5나노 이하 최첨단 시장에서 매출 확대를 도모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신성'(新星) 인텔을 압도할 기술력으로 '강호' TSMC 고객을 빼앗아오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최첨단 공정 매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점유율 격차 축소는 요원한만큼 모바일, 차량용, 컨슈머 등 선단 공정 응용처 확대를 비롯해 고대역 메모리, 선단 공정 및 첨단 패키징 기술이 통합된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파운드리로 TSMC 고객을 삼성과 인텔이 얼마나 빼앗아오느냐의 싸움"이라며 "이들의 방향성은 레거시가 아닌 첨단이기 때문에 첨단 분야에서 빅테크들의 마음을 어떻게 돌릴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번 더 문을 두드린 삼성이 정황상 유리하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TSMC 고객을 데려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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