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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지 않은 北 수해 복구 현실…'탈북 러시' 이어지나


입력 2024.08.29 00:30 수정 2024.08.29 01:03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北 해외 공관들, 9·9절 기념행사 잇단 취소

김정은, 참담한 현실에 결국 러시아 지원 제의 수락

"주민 불만 축적…탈북 동기 될 수 있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평양 4·25여관을 찾아 수해지역 학생들을 위한 교육준비정형을 요해(파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27일 폭우로 인해 한 달이 넘게 수해복구에 애를 먹는 가운데 주민들의 불만은 계속 축적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대규모 수해 피해까지 겹쳐 내부 불만이 커지면서 '탈북 러시'가 본격화될 수도 있단 전망이 나온다.


28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에 따르면 북한의 해외 공관들은 오는 9일의 건국절, 일명 오는 9·9절 기념행사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북한 외교관들은 행사 참석 대상자들에게 북한 정부가 지난달 서북 지방에 내린 홍수 피해 복구에 집중함에 따라 9·9절 리셉션 행사가 열리지 않는다는 통보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홍수 피해로 인해 북한 정부 재정 상황이 열악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력으로 수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대내외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이번 압록강 홍수 당시 똑같이 압록강 유역을 접하고 있는 중국 대비 북한의 피해가 심대한 것으로 봤는데, 이는 흙으로 만든 제방을 1m밖에 쌓지 않았기때문으로 분석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보위 전체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폭우가 내리거나 서해안이 접해 만조와 겹치면 대다수의 피해가 북한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자연 재해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폭우·홍수에 대한 예방이 이뤄지지 않은 인재적 성격을 갖추고 있다는 게 국정원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인지 당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수해 지원 제안에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겠다"며 거절했던 김 위원장은 결국 러시아의 지원 물자를 받은 것으로도 최근 알려졌다.


미 자유아시아 방송(RFA)은 지난주 러시아가 지원한 식량과 설탕·버터·식용유 등 지원 물자가 수해 지역에 공급되면서 국가보위부가 주민 동향 단속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의주군 수재민들에게 한 달 분 가족 식량으로 쌀과 밀가루가 (4인 가족 기준 약 50~60㎏) 공급됐다"며 "러시아가 보내준 지원 물자"라고 밝혔다.


암담한 현실에 수재민을 포함한 주민들의 불만도 점점 쌓여가는 것으로 인식된다. 이는 향후 탈북으로 이어질 수 있단 진단이 나온다. 현재 김정은 정권에 불만을 표출하는 북한 주민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국정원 분석 결과 북한 내에서 나오는 탈북자 수는 2020~2022년 대비 증가했다.


전성훈 경민대학교 겸임교수는 " 자유민주주의 사회만큼 한두 건의 사건으로 (주민들의 단체 행동이) 불처럼 번지진 않겠지만, (불만이) 축적이 된다. 피로도가 쌓이는 것"이라며 "튼튼한 쇠도 피로도가 누적되면 어느 순간 부러진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침수 피해는) 탈북 동기가 될 것"이라며 지난 90년대 초 매해 10명 안팎이던 국내 입국 탈북자 수가 식량난이 발발된 90년대 중반 이후 매해 2∼3배씩 증가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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