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지 종목만 74곳…코스피比 3배 이상↑
실적까지 양극화…적자회사 최근 3년간 증가
주식시장 퇴출 목소리…“단타장 전락 막아야”
국내 양대 시장 중 하나인 코스닥이 이른바 ‘좀비기업(한계기업)’에 성장의 발목이 잡히는 양상이다. 거래정지 종목이 코스피(유가증권시장)의 3배 이상에 달하는 데다 상장사들의 경영 실적 저하에 적자를 지속하는 기업까지 꾸준히 늘어나는 등 악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29일 기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거나 감사의견거절, 투자자 보호 및 시장관리 등의 이유로 거래가 정지된 코스닥 상장기업은 총 74곳에 달한다.
같은날 기준 거래정지 상태인 코스피 상장사가 23곳인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내 거래정지 종목의 비중은 각각 2.4%, 4.22%로 거래정지 종목이 코스닥시장에 다소 집중된 모습이다.
실적에서도 온도 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사들의 경영 실적이 저하되면서 100조원대 영업이익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코스피 상장사들과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1146사)의 연결기준 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조4996억원, 3조859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4% 줄었고 순이익은 8.93% 감소했다. 이에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23%포인트, 0.41%포인트씩 하락한 4.17%, 2.93%다.
반면 같은기간 코스피 상장사(620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2조9903억원, 78조73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43%, 107.21% 급증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3.81%에서 올해 상반기 6.98%까지 올랐고 순이익률도 2.69%에서 5.34%로 뛰었다.
코스피의 경우, 대다수 업종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늘어나 전반적인 실적 개선세가 이뤄졌으나 코스닥은 다수 업종의 실적 악화로 부진한 시장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적자 행보를 이어오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기준 적자를 지속한 코스닥 상장사는 316곳으로 전체의 27.57%를 차지했다. 적자지속 기업 수는 지난 2022년 228곳, 2023년 298곳 등 3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좀비기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시행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도 거론된다. 현재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에서 규정하는 좀비기업의 정의는 없지만 통상 한계에 달했음에도 상장을 연명하는 적자기업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좀비기업의 거래소 퇴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스닥에서 몸집을 키운 주요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사례도 많아지면서 코스닥 내 부실 기업 증가가 보다 가속화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도 수익성 악화를 근거로 좀비기업의 주식시장 퇴출에 공감하고 있다. 좀비기업이 시장의 밸류업을 저하시키는 만큼 엄격한 잣대 차원으로 ‘상장폐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만큼 누적되고 있는 좀비기업의 퇴출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좀비 기업에 대한 마땅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코스닥이 ‘단타 시장’으로 전락하며 상장사들이 성장 단계를 밟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후 시가총액이 내림세를 지속하거나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좀비기업이 주식시장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코스닥 내 좀비기업을 손보지 않는다면 코스닥 시장이 단타에만 유리한 시장으로 평가될 뿐 아니라 코스피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