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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친구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대요. 그 이후로 부쩍 의기소침해졌어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⑱]


입력 2024.09.03 14:21 수정 2024.09.03 14:41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제 본격적인 2학기가 시작되었다. 1학기는 나와 잘 맞을만한 사람을 찾아서 사귀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고, 2학기는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2학기는 또래관계 고민을 가진 아동, 청소년 내담자가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 유독 성격이 안 맞는 친구들과 같은 반이 되는 바람에 고생하는 아이도 있고, 관계 유지의 어려움을 해마다 경험하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심리검사 및 심리치료는 이러한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딸 아이가 친구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대요. 그 이후로 부쩍 의기소침해졌어요.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인 A는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1학기 때는 인기가 많은 편이었고 친한 무리도 금세 만들었다. A까지 총 5명 무리였고, 왁자지껄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부터 친구들이 A만 멀리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며, 2학기가 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A를 멀리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SNS로 ‘왜 나를 멀리 하냐’ 물었지만 친구들은 ‘우리가 언제 그랬냐’며 A를 예민한 사람 취급했다. 그리고 그렇게 싸우다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유도 모른 채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A는 그 이후로 부쩍 의기소침해졌고, 혼자 쉬는 시간을 보내는 날들이 많아졌다. 때로는 점심을 굶기도 했다. 그리고 A의 어머니는 딸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져만 간다.


A의 사회적 대처능력 및 성향, 현재 마음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매력적인 첫인상을 줄 수 있을 만큼 외향적이지만, 섬세함과 ‘눈치’는 부족


A는 기질적인 에너지 수준이 높고 외향적인 경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주변의 주목과 애정을 얻고자 하는 욕구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낯선 또래들에게 주저없이 다가갔을 것으로 고려되며,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풍부하게 이야기했을 것으로 시사된다. 또한 언어적 유창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매우 매력적인 첫인상을 줄 수 있었을 것으로 고려된다.


다만 한편으로, A는 주변을 세심하게 파악해가며 교류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는 이상은 섬세하게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미숙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할 때 주변 분위기가 어떤지, 상대방이 그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파악하기 어렵다 보니 의도치 않게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더러 눈치 없는 모습으로 비춰졌을 수 있겠다.


또한 A는 감수성이 풍부한 것으로 고려된다. 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는 내면의 강렬한 불쾌감에 압도되다가 감정적으로 대처했을 것으로 시사된다. 그리고 더욱 성급하고 미숙한 대처를 보였을 수 있겠다. 아울러 갈등이 벌어진 다양한 원인들에 대해 숙고하는 것은 어렵다 보니, 현재는 그저 스스로를 자책하고 위축된 것으로 고려된다.


검사자 제안 : 주변을 관찰하는 연습하기. 말하거나 행동하기 전에 두 번 더 생각하기.

A는 자신과 같이 외향적이고 의사표현이 직설적인, 소위 말해 ‘뒤끝이 없는’ 친구들과는 비교적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섬세한 성향을 가진 친구들에게는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거나 부담감을 줬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은 풍부하지만 주변 정보를 탐색하는 능력이 미숙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A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을 관찰하는 연습’이다. 꼭 대화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반 친구들이 혼자 있는지, 여럿이 모여 있는지, 어떤 주제의 대화를 주로 나누는지 등에 대해 늘 관찰하는 것이 습관화 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관찰한 바에 대해 가족이나 심리치료사와 함께 나누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더욱 도움이 된다.


또한 A는 다소 즉흥적인 성향이 시사되기 때문에, ‘말하기 전에 두 번 더 생각하는 것’이 습관화되게끔 노력하면 좋다. 곧장 말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우선 입 안으로 꿀꺽 삼키고, 주변 사람들을 충분히 관찰하는 것. 그리고 지금 이 말을 하는 것이 분위기에 맞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되풀이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성공하게 되면, 기존의 자신감 있는 태도 또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경험이 해마다 쌓이면서 점차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처 받고 위축되었던 경험을 통해 또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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