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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연기' 두 달새 가계대출 폭증…혼란만 키운 '이복현의 입'


입력 2024.09.05 14:00 수정 2024.09.05 14:04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7~8월 5대 은행만 17조 가까이 늘어

'더 센 개입' 발언 후 '실수요 살펴야'

은행권 당혹 "어느 장단에 맞추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금융당국의 기세는 서슬이 퍼렇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입을 열 때마다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는 모양새다. 그 사이에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두 달 만에 약 17조원이 폭증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별로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 한도축소, 다주택자 대출 제한 강화, 전세대출 제한 등의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같은 대출 규제 강화 흐름은 금융당국 실세인 이 원장의 발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원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출 실수요까지는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며 "최근에 나온 대출 상품에 대해 점검해 보겠다"고 언급했다. 은행들이 대출을 옥죄이면서 잔금 대출이 막힌 계약자 등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출자들은 강도 높은 대책들이 쏟아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 계약을 하자마자 조건부 전세대출을 차단하겠다고 한다"며 "서울에 공급이 없고, DSR 대출 한도는 정해져있어서 더 오르기전에 갭으로 사려고 들어갔는데, 집 사는 사람들을 투기로 몰고 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대출 제한에 대한 질문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중이다.


이같은 혼란은 금융당국의 자초한 것으로 뒤늦게 은행권 탓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 위축을 우려해,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총부채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두 달 미뤘다. DSR의 돌연 연기는 대출 막차 수요를 키웠고,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는 7~8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16조7919억원을 기록했다. ‘역대급’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메시지는 시시각각 바뀌었다. 이 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 '상생 금융'을 주문하며 금리 인하를 유도했지만, 7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 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은행권은 한 달 사이에만 20번에 가까운 금리를 인상하고 나섰다.


정부의 가계대출 정책이 고금리로 은행권 배만 불린다는 불만이 빗발치자 이 원장은 지나달 25일 방송에 나와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게 아니다"며 "더 세게 개입하겠다"고 압박했다. 금리 인상이 아닌 다른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주문하다 다시 '속도 조절'을 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오락가락한 금융정책에 은행권은 이 원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이 원장은 오는 10일 은행연합회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가계대출 관련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간담회에서는 갭투자 방지 등 대출 규제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대출절벽으로 인한 실수요자 피해 방지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별로 제각각인 대출 제한 정책에 대한 조율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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