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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분 내내 느껴야 할 불안,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D:헬로스테이지]


입력 2024.09.06 13:16 수정 2024.09.06 13:1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새 밀레니엄, 새 시대의 변화를 앞두고 동성애자, 흑인, 유대인, 몰몬교인, 에이즈 환장 등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정체성 혼란을 다룬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무려 200분에 달하는 대작이다. 인터미션만 두 번이다. 하물며 이번 공연은 2부작 중 절반인 1부만 먼저 선보인다.


ⓒ글림컴퍼니


파트1 ‘빌레니엄이 다가온다’와 파트2 ‘페레스트로이카’로 나뉜 이 작품은 현대 미국 연극계의 대가 토니 커쉬너(Tony Kushner)의 작품으로 1991년 전 세계 초연 무대를 선보인 뒤, 1993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퓰리처상, 뉴욕비평가상을 석권하고 2018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후에도 토니상, 드라마리그상 등 주요 시상식의 리바이벌 부문을 휩쓸었다.


2003년에는 HBO 미니시리즈로 제작될 정도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은 유승호, 고준희, 정해인 등 주로 영상매체에서 활동해 온 배우들의 연극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크게 화제를 모았다.


작품은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에이즈에 걸린 프라이어와 그의 동성 연인 루이스, 모르몬교로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괴로워하는 남자 조셉과 약물에 중독된 그의 아내 하퍼, 극우 보수주의자이며 권력에 집착하는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등 세 가지 이야기가 축을 이루며 교차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동성애자는 ‘소수자’로 분류되고, 에이즈에 대한 공포도 만연한 만큼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공감하는 것엔 크가 어려움이 없다. 국내에서 낯설지만, 보수적인 기독교 분파로 알려진 몰몬교와 유대교의 율법과 이로 인한 혼란 역시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내려져 있다. 물론 시대와 배경을 알고 본다면 더욱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글림컴퍼니

그런데 개막 전 높은 화제성에 비해 실제 평가는 좋지 않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고, 현실과 이상에 대한 담론이 장황하게 펼쳐지면서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캐릭터들의 사연과 사서를 설명하느라 등장인물들이 함께 만들어가야하는 이야기가 힘이 빠지기도 한다.


무대 내내 배우들은 엄청난 양의 대사를 쏟아내는데, ‘말맛’을 느끼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 특히 하퍼 역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고준희는 대사 처리가 불안하다는 평이 첫공부터 현재까지도 꾸준히 나온다. 실제로 기자가 관극했던 회차에서도 고준희는 첫 등장부터 시작해 수차례의 대사 실수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200분의 긴 공연 내내 관객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대를 지켜보게 된다. 상대 배우와의 ‘케미’는 물론이고 사실상 연기보다는 대사를 읽어내기 급급한 수준이다. 당연히 극의 몰입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프라이어 월터 역에는 유승호와 손호준, 하퍼 피트 역에는 고준희와 정혜인, 루이스 아이언슨 역에는 이태빈과 정경훈, 조셉 피트 역에는 이유진과 양지원, 로이 콘 역에는 이효정과 김주호, 한나 피트 역에는 전국향과 방주란, 벨리즈 역에는 태항호와 민진웅, 천사 역에는 권은혜가 함께 한다. 9월 28일까지 2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공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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