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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 논쟁 가열…기업 "현실 모른다" 반발


입력 2024.09.08 13:20 수정 2024.09.08 16:13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영국 새 노동당 정권 '집권 100일 내 노동권 강화' 박차

주4일 유연근무도 논의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대표가 7월 5일(현지시간) 런던 홀본앤세인트판크라스에서 지지자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AP/뉴시스

영국에서 노동권 강화를 둘러싼 논쟁이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주4일 유연근무제'를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다.


8일 영국 언론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정부는 오는 10월 시한을 앞두고 이 노동 공약과 관련해 각종 정책 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최소 노동시간을 설정하지 않고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원할 때만 일을 줄 수 있게 해 노동착취로 비판을 받은 '제로아워 계약'의 폐지가 거론된다.


취업 첫날부터 적용되는 출산휴가·유급 병가 허용과 근로 계약 때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해고 후 재고용 금지도 법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노동당 정부는 이에 더해 고용주가 퇴근 후나 휴가 중인 직원에게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거나 연락할 수 없도록 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보장하기로 했다.


영국 총리실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건 사람들이 쉴 시간을 갖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훌륭한 고용주는 노동자가 의욕과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신경을 꺼둘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일간 인디펜던트는 고용주가 업무시간 외에 직원들에게 연락할 수 없도록 하는 이런 방안은 법안에 포함되지 않고 행동규약 형식으로 기업에 권고될 수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영국의 노동 관련 법규는 17주 평균 노동시간이 주당 48시간을 넘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문화하지는 않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고용주가 업무 외 시간에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사실상의 무급 연장근로를 강요하는 꼼수를 쓰고 있고, 재택근무가 일반화하면서 이런 문제가 더욱 심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간 더타임스는 노동당 정부가 주 48시간 근무를 지키지 않은 고용주를 상대로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지난 6일 보도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일일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통상 주 5일인 근무일수를 주 4일로 변경할 것을 노동자들이 사측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원래는 5일 동안 하루 9∼10시간씩을 근무했다면, 나흘 동안 12시간씩 몰아서 일하고 매주 사흘간 휴일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기업들이 노동자의 유연근무 요청에 동의할 의무가 없지만 앞으로는 일부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면 무조건 이를 받아들여야만 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의 핵심이다.


영국 기업계와 보수 진영은 이러한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수 성향 매체 데일리메일은 "노동당이 의회 토론이나 표결 없이 노동자의 새 권리를 서둘러 밀어붙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료들이 (노동권 관련) 일부 조처가 (고용법안에 포함되는 대신) 보조입법과 지침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영국 보수당의 케빈 홀린레이크 기업 담당 대변인은 "이런 변화를 추진하는 장관 중 누구도 기업을 운영해 본 적이 없다"며 "그들은 민간 기업이 운영되는 현실 세계에 대해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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