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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식사비 상승효과 체감 안 돼”…경기침체 속 선물가액 상한 덕볼까


입력 2024.09.10 07:08 수정 2024.09.10 07:0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20만원→30만원…농축수산물 명절선물 한도 상향

원가‧인건비 상승 등 여전히 발목 잡아

특수 노리는 유통채널, 프리미엄 상품군 대폭 확대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2만9천원 '영란상' 메뉴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식사비 한도가 3만원에서 5만원으로 늘어났지만 외식업계는 이를 체감하지 못 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부진과 원가·인건비 상승 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유통업계는 이번 선물 가액의 한시적 상한으로 ‘추석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전히 고물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따지며 소비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다가오는 추석 부모님 선물 예산 만큼은 줄이지 않겠다는 수요의 확대와 맞물리면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기존 3만원이었던 식사비를 5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식사비 기준이 지난 2003년 정해진 금액인 만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법의 취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물론 지자체 공무원들도 체감 효과는 미미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의 식당이 1인 3만원을 넘지 않는 데다 코로나19 이후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외식문화가 바뀌면서 김영란법 식사비 한도와는 무관하게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0대)씨는 “삼겹살 1인분 2만원, 치킨 한 마리 3만원 시대,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말도 안되는 금액이었다”며 “이미 여의도와 강남 등은 이미 1인 기준 5만원이 넘는 메뉴가 많아 유명무실한 법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식사비 한도를 올려도 비싼 음식을 사 먹을 사람이 적어 직접적인 한도 상향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이나 아르바이트 고용에 따른 인건비, 각종 수수료 보전 등 비용·세제 지원을 통한 실질적인 운영난 경감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은 이번 추석 연휴가 달갑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많은 이들이 장거리 여행을 떠나거나 해외로 나갈 가능성이 큰 만큼 매출에 직격탄을 피할 수 없어서다. 외식업 종사자들은 도시에 남아 일을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서대문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40대)씨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휴일에 사람이 몰린다고 생각하는데, 엔데믹 전환 이후 쉬는 날만 생기면 외국으로 나가는 것 같다”며 “휴일이라도 임대료를 깎아주는 것이 아니니 한 테이블이라도 받기 위해 문은 열겠지만 매출이 오르진 않는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 높아진 아르바이트(알바) 시급도 고민이다. 가게 운영을 지속하고 싶어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웃돈을 얹어주고 사정해야 겨우 일 할 사람을 구할 수 있어서다. 해마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명절 연휴 비용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하소연이다.


법적으로는 상시근로자 5인 미만 가맹점주는 물론 5인 이상을 둔 가맹점주라도 명절 연휴에는 시급 1.5배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추석은 법정 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바생의 출근 유인책으로 명절 연휴 때마다 공공연하게 인건비를 더 늘려주고 있는 실정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도심이나 오피스 상권의 경우 명절이나 황금연휴 기간에는 매출이 빠지는 시기”라며 “명절 기간 동안 소비가 급증하기 때문에 한 동안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10월 내내 여파가 있을 것 같아 많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손님맞이 선물세트ⓒ한화갤러리아

반면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상한이 15만원에서 30만원으로 한시적으로 늘어나면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크다. 선물가액이 오르는 기간은 명절 당일로부터 한달 전으로, 올해 추석(9월17일) 기준으로는 8월24일부터 9월22일까지 적용된다.


통상 불황에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지갑을 닫지만 명절 만큼은 고가의 선물에도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다. 고물가,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추석 명절 만큼은 기분 좋은 선물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반영되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0세 이상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선물 구매의향’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56.2%가 “전년도와 비슷한 구매금액을 지출할 것”이라고 답했다.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9.1%였다. “줄일 계획”은 14.7%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유통기업들은 추석을 겨냥해 3만∼5만원대 가성비 세트 뿐만 아니라 20~30만원 이상 프리미엄 선물세트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서 정육, 청과, 수산 등 추석 선물세트들의 가격대가 오른 영향도 있다.


여기에 건강식품 선물 세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식품업계에서도 ‘건강’을 키워드로 한 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프리미엄 원료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부터 고단백·저나트륨 영양 식품까지 다채로운 제품들로 ‘웰니스’ 추석 선물에 대한 니즈를 공략하는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지갑은 얇아졌지만 소비자 대부분이 명절 선물에 대해선 여전히 아낌없이 투자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각종 유통채널들도 해당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프리미엄 선물세트 공급을 대폭 늘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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