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대공황이 휩쓸고 지나가 추위와 가난만 남은 도시의 낡은 선술집, 웨이터이자 작곡가인 오르페우스는 가혹한 겨울을 멈추고 봄을 불러올 노래를 쓴다. “뒤틀린 세상을 다시 치유할 노래”에 열중한 사이 아내 에우리디케가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오르페우스는, 그녀를 찾아 하데스의 지하 광산으로 향한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21년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을 올렸고,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을 비롯해 남자 주연상, 여자 조연상까지 3관왕에 오르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입증했다.
등장인물은 그리스 신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대적인 배경에 맞춰 여러 요소가 바뀌어 재탄생됐다. 덕분에 이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과 더욱 밀착돼 있다. 신화 속에서 리라를 뜯으며 자신의 뮤즈를 위해 노래하는 음악가 오프레우스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선술집에서 일하면서도 기타를 놓지 않는 가난한 작곡가로, 독사에 물려 죽음을 맞은 그의 연인 에우리디케는 생존으로 고뇌하다 살기 위해 지하 광산으로 내려간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작품의 메시지 역시 시대를 막론한 공감을 안긴다. 관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랑을 상기시키고 시대의 불안과 의심, 구원을 노래하며 삶의 희망을 전달해 시대와 장소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음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간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은유는 깊은 여운을 남기고, 지하 광산의 작업장을 묘사한 ‘저 아래 하데스타운’처럼 현실적인 가사는 현대인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연출과 음악적 완성도는 이미 정평이 났다. 이번 시즌에서도 역시 뉴올리언스 재즈와 포크 록을 결합한 37곡의 넘버, 무대 위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하고 지상과 극명히 대비되는 지하세계의 연출은 시각적인 흥미를 돋운다. 특히 지하세계로 떠나는 오르페우스의 여정을 와이어에 매달려 흔들리는 조명으로 은유한 ‘Wait For Me’가 압권이다.
이번 재연에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한국 공연 최초로 헤르메스 역이 젠더프리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헤르메스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오르페우스를 지하세계로 인도하는 내레이터로,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캐릭터다. 앞서 이 역할은 최재림, 강홍석 등 선굵은 남자 배우들의 몫이었으나 이번 시즌에선 최정원이 새롭게 헤르메스에 합류했다.
최정원은 36년의 무대 경험으로 쌓인 내공으로 공연 전 ‘헤르메스’는 ‘남성’이라는 편견을 단번에 날렸다. 자칫 남성 배역을 여성이 연기하는 젠더크로스 캐스팅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최정원은 자신만의 색깔로 새로운 헤르메스를 만들어냈다. 특히 허스키한 최정원의 음색은 시리도록 차가운 동시에 어느 순간엔 따뜻한 온기까지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단호한 듯 강렬한 눈빛은, 일순간 연인의 슬픔에 함께 아파하는 애처로움까지 담아낸다.
최정원과 함께 최재림과 강홍석이 헤르메스를 연기하고 오르페우스 역에 조형균·박강현·김민석(멜로망스), 페르세포네 역에 김선영·린아, 에우리디케 역에 김환희·김수하, 하데스 역에 지현준·양준모·김우형이 함께 한다. 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