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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안 붙어요…전기차 공포 식히는 배터리 기술 ‘총집합’


입력 2024.09.18 10:00 수정 2024.09.19 00:18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화재 위험 높은 액체 전해질, 고체로 만든 ‘전고체 배터리’

총알에 관통 당해도 화재 확률 0%…바나듐이온배터리

플루이드로 내부 차단해 화재 예방 가능한 ‘액침냉각 ESS’

전기차 화재. AI 이미지

최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에서는 전기차 한 대의 화재로 8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고 800대에 가까운 차량이 전소하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봤다. 피해액이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전국이 그야말로 ‘전기차 화재’ 공포에 휩싸일 만하다.


글로벌 탄소중립에 따라 전동화 추세 방향은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야 할 해결법은 무엇일까? 배터리 화재를 잡기 위한 배터리 기술을 살펴본다.


리튬이온배터리 다음 세대 ‘전고체배터리’
리튬이온배터리(왼쪽), 전고체 배터리의 구조. 삼성SDI 블로그 캡처

현재 전기차 시장은 리튬이온배터리가 장악하고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전해질은 액체 상태다. 액체 전해질은 외부 충격이나 변형으로 분리막이 손상되면 화재·폭발의 위험이 있다.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배터리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로 바뀌면서 분리막이 사라지면서 이 위험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분리막이 필요 없어지고 전체적인 배터리의 부피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에너지 밀도도 리튬이온배터리보다 2배가량 높아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주행거리가 확대됨은 물론, 자율주행의 데이터 처리를 위한 전력 소비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배터리 개수 자체를 늘리는 것도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지만 한정된 공간과 무게 때문에 한계가 있다.


고체 전해질 재료는 크게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로 분류된다. 이 중 황화물계가 가장 우수한 소재로 알려져 이 방식으로 국내 배터리 3사가 개발 중이다.


화재 확률이요? 0%입니다…바나듐이온배터리
스탠다드에너지 관계자가 안전성을 보여주기 위한 VIB 셀 관통 시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전기차뿐만 아니라 배터리 화재로 난리 났던 분야가 또 있다. 바로 에너지저장장치(ESS)다. 한때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ESS 시장 1위로 주도했었으나 국내 ESS 산업은 화재·지원제도 일몰 등 영향으로 2020년부터 하락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 ESS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배터리가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다. 바로 세계 최초로 국내 ESS 전문기업인 스탠다드에너지가 개발한 ‘바나듐이온배터리(VIB)’다. 스탠다드에너지는 내년 1분기까지 메가와트시(MWh)급 양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며, 이후 생산량은 현재 대비 10배 이상 증가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탠다드에너지의 바나듐이온배터리는 자체 데이터 기준 발화 가능성이 0%라고 한다. 물과 바나듐 기반의 전해액 기술과 새로운 셀 아키텍처로 발화 위험성을 없앴다는 설명이다. 과전압, 과충전, 강제방전, 외부단락, 고온 노출, 낙하, 충돌, 관통에도 열폭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스탠다드에너지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스탠다드에너지 관계자가 배터리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VIB를 드릴로 연달아 뚫었지만, 배터리에서는 화재는커녕 연기조차 나지 않았다.


이동영 스탠다드에너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총알을 맞고 구멍이 나고 거의 폭발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안전하다면 에너지를 좀 더 안심하고 더 널리 보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셀은 성능 올려, 화재는 팩이 잡을게
액침냉각 ESS 안전성 테스트 영상. 배터리를 열폭주시켜 인위적으로 화재가 발생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을 가득 채운 냉각 플루이드(Thermal Fluids ∙절연액)가 화재를 원천 차단하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반면 배터리 화재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셀이 아니라 팩이 화재 소화 기능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배터리는 보통 여러 개의 ‘셀’이 ‘모듈’을 이루고 이 모듈들이 모여 ‘팩’을 구성해서 최종 적용처에 탑재된다. 셀을 그 자체로 활용하면 손상이 발생할 시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어서 셀을 잘 포장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모듈과 팩의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다.


바로 이 팩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6년부터 개발해왔다. 방산항공우주 회사가 배터리 팩을 개발하는 이유는 선박용 ESS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는 지난 10일 세계 최초로 불타지 않는 ‘액침냉각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했다고 밝혔다.


액침냉각 ESS는 배터리 셀 하나가 발화돼도 내부에서 차단되기 때문에 다른 셀에게 영향을 주지 않아 화재 예방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에 ESS 온도를 낮추기 위한 공랭, 수랭식 방식과 달리 냉각 플루이드로 내부를 완전히 채운 방식은 외부로부터 먼지와 염분 등의 유입도 원천 차단해 내부 손상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거했다.


송승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시스템 연구센터장은 “배터리 셀은 에너지밀도나 출력 수명을 좌우하고 팩이나 시스템의 경우에는 셀 특성을 극대화하고 안전성, 신뢰성을 담보하고 화재 소화 등을 담당해야 하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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