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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ETN 경쟁에 거래소가 '제동'…시장 성장 '발목'


입력 2024.09.22 07:00 수정 2024.09.22 07:00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올해 출시 상품 63개…‘109개’ ETF 신상품 대비 저조

성장 부진에 일평균 거래대금 하락세…업계 우려 고조

거래소 상장 제한에 관련 부서 인력 감소…책임론 대두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상장지수증권(ETN)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한국거래소의 보수적인 심사 기준에 가로 막혀 시장 활성화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국내 ETN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저조해진 상황에서 거래소의 적극 지원까지 부재해 성장세가 보다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상장된 ETN은 총 63개다. 같은 기간 유사 투자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가 109개 상장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부진한 양상이다.


ETN은 ETF처럼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손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발행 주체가 자산운용사가 아닌 증권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운용사가 직접 자산을 편입해 관리하는 ETF와 달리 증권사가 발행한 후 기초지수 만큼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해당 증권사의 신용위험이 존재한다.


국내 ETF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몸집을 키우자 증권사들은 ETF와 견주고자 시장 트렌드에 발맞춘 ETN 테마 상품을 내놓으며 라인업을 확장하는 데 나섰다. 이에 인공지능(AI)·방산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 국내 최초로 상장되는 등 특색 있는 테마 발굴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도 ETN은 좀처럼 투심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다양한 테마 상품들이 연일 출시돼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ETF와 달리 ETN은 신상품 등장이 ETF 대비 적고 성장 흐름도 부진한 탓에 인지도 측면에서 밀려 투자자들의 외면까지 받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ETN의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4월부터 꾸준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4월 ETN 일평균 거래대금은 1289억원이었으나 다음달인 5월 1165억원, 6월 903억원, 7월 858억원까지 내려앉았다. 특히 7월의 경우, 올해 최저치인 동시에 지난 2022년 3월(801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후 지난달(8월)에는 1219억원까지 회복했으나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점을 고려하면 ETN이 ETF에 밀려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업계 우려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의 상반된 심사 기준이 국내 ETN와 ETF 시장의 성장을 상반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TN의 투자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지 않는 배경에는 한국거래소의 책임도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의하면 한국거래소는 국내 증권사 측에 “올해에는 세 번만 ETN을 상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하며 ETN 출시 횟수에 제한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거래소 내 ETN 상장을 담당하는 부서의 인력도 감소해 증권사 불만을 유발했다. 연초 ETN 부서의 인력은 5명이었으나 지난 5월 4명으로 줄었고, 아직까지 충원 없이 해당 부서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측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행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증권사에서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암묵적인 상장 횟수 제한만 주문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올해 초 터진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변동성이 큰 금융상품에 대한 투심이 식은 분위기에서 ETN가 시장 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기간이 장기화되면 ETF와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특정 분야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면 시장 니즈를 충족하고자 ETN 라인업을 확대하고자 노력하지만 ETF 대비 ETN에 대한 거래소의 보수적인 접근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ETF와 ETN의 경쟁력을 비교하기 어렵지만 향후 ETN 시장의 성장성이 점쳐짐에도 불구하고 다소 제한되고 있는 듯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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